與, 4월 사퇴ㆍ6월 대선
지지율 바닥 내분 수습도 빠듯
“대선 다자구도 형성되면 승산”
개헌 고리 정계개편 노림수
野, 1월 사퇴ㆍ3월 대선
탄핵 속도내면 내달 말 결론
“촛불 민심 신속한 하야 원해”
다른 방안 고려 땐 역풍 부담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사퇴 시점은 결국 차기 대선 시기를 결정하는 만큼 여야의 셈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선 보수 재결집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벌지 못한다면 사실상 차기 대선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4월 사퇴, 6월 대선’ 방안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1월 사퇴, 3월 대선’을 선호하고 있다. 여권은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을 통한 다자구도 형성을, 야권은 기존 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대선 상황관리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년 1, 2월에 퇴진하게 되면 3, 4월 치러질 조기 대선에 후보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친박계와 비주류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조차 접점을 찾지 못하는 등 내분 상황을 정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재창당 수준의 당 쇄신도 시급한데 한 걸음도 못나가고 있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후보를 낸다고 누가 찍어주기나 하겠냐”고 말했다.
개헌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4월 사퇴 주장을 꺾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 논의가 촉발돼 차기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진다면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대선불출마를 선언하며 개헌을 고리로 “친문ㆍ친박 패권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어느 세력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제3지대론’에 이어 ‘제4지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분당되고, 제3지대가 현실화하면 차기 대선은 유례없는 다자구도가 될 수 있다”며 “보수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공동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1월 퇴진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헌법재판소가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는 1월 말 전에 탄핵심판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 탄핵안을 발의하면 늦어도 1월 말까지 탄핵 심판이 종료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탄핵소추와 동시에 권한이 정지돼 1월 말까지는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헌재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예상보다 긍정적인 기류가 많은 것도 속도전으로 가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의원은 “헌재 사람들에게 따로 물어봤는데 의지가 강했다”며 “국회에서 탄핵안이 넘어오기만 하면 자기들이 (인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로 표출되는 민심이 신속한 탄핵 추진을 요구하는 점도 야권에겐 부담이다. 가장 빠른 박 대통령의 퇴진 시기가 1월 말로 예상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다른 안을 고려할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탄핵안 초안을 만든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의 여론은 빨리 탄핵해달라는 것”이라며 “더 시간을 끌다간 정치권 전체에 국민들이 실망하게 돼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3월 중순에 종료되는 점을 고려, 늦어도 2월 말까지 헌재의 결론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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