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탄핵안 통과시키려면
비박계 의원들 뜻 받아들여야”
“탄핵 실패 땐 대통령에 면죄부”
민주당 “탄핵 후에도 협상 가능”
정의당 “안 하면 국민이 더 혼내”
‘비박과 공조’ 정치해법 달라 갈등
광장의 촛불민심이냐, 본회의 통과냐.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일정에 대한 야권 내부의 입장 차이는 하루라도 빨리 박 대통령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민심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당위론과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동참으로 본회의 의결 정족수(200석)를 확보해 탄핵안 통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현실론으로 요약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모두 무소속까지 합쳐 야권 의원이 모두 172석인 의석 구조상 새누리당 의원 28명 이상과 손 잡아야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대전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그러나 비박계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해법은 달랐다. 특히 자신의 진퇴 여부와 시기 등을 국회가 상의해서 결정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눈에 띄게 갈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본회의 통과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들이 일단 박 대통령 임기 단축을 놓고 협상을 해보고 안 되면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함께 처리하자고 했으니 그리 가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정당은 국민의 분노를 통해 어떻게든 해결의 물꼬를 터 나가야 하는 것이지 분노에 편승해서 숟가락을 얹을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며 “비박계의 불참으로 200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탄핵 발의를 하는 것이야말로 탄핵 거부이며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 담화 이후 비박계 의원들의 적극성과 열의가 분명히 떨어졌기 때문에 야당의 설득만으로 30명이 확실히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낮다”며 “촛불민심이 함께 압박을 해야 비박계가 움직일 수 있어 일단 발의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탄핵 정국은 정치권의 역할보다는 촛불 집회가 상징하는 민심의 힘으로 만들어진 만큼 복잡한 정치적 계산보다는 민심 자체에 충실한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선 탄핵ㆍ후 임기 단축 협상’으로 입장을 정한 배경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대표는 “촛불 민심은 하루라도 빨리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탄핵을 통해 이를 실현한 뒤 여당과 협상은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돼 국민들에게 석고대죄를 하는 일이 있더라도 발의는 2일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야권에 역풍이 불 것이니 하는 우려들은 기존 정치 셈법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지금 촛불민심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정치권을 더 크게 혼낼 것이라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야권이 향후 정치 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셈법에 빠져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는 “앞으로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제4지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은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비박계와 공조를 위해 가급적 비박계의 손을 잡고 가려 하는 반면, 민주당ㆍ정의당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진 비박계와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박 대통령의 거취가 곧바로 다음 대통령을 뽑는 문제와 맞닿아 있는 상황에서 여러 정치 세력들 사이에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것이 현실화 했을 때 누구한테 유리한지 불리한지부터 따지니 답을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야권이 뒤늦게 기존 ‘1일 보고-2일 본회의 처리’, ‘8일 보고-9일 본회의 처리’ 대신 ‘2일 보고-5일 본회의 처리’ 등 대안 찾기에 나선 것도 촛불민심과 탄핵안 통과라는 두 변수를 모두 감안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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