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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탄핵은 설득의 문제 아니다… 외면하면 국민 배신하는 것”

입력
2016.12.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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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3차 담화는 국정 잔꾀

여야 정치권 합의 없다면

물러나지 않겠다는 반어법 담화

호위무사 자처 이정현 대표

국민 배신하고 대통령만 옹호

이런 지도부와 대화 자체 불가능

개헌은 국가 백년지대계

국민적 담론 생략한채 진행하면

이합집산ㆍ이해타산 도구 전락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와 관련해 “탄핵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 수호기관인 국회의원이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며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서도 헌정농단 사태의 가장 빠른 수습책이 탄핵이라는 데 동의하고, 이를 국민 앞에 당당하게 고백할 양심세력이 나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한 여야 협상은 탄핵 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이후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도 처음 밝혔다. 하지만 탄핵정국을 주도하는 제1 야당의 추 대표는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새누리당 지도부 교체가 협상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 불거진 개헌 논의에 대해선 “국민적 담론을 생략한 채 진행되는 개헌은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이해타산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야3당 대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과 관련한 여야 협상은 없으며, 흔들림 없이 탄핵을 추진키로 했다.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한마디로 반어법적 담화였다. ‘나는 죄가 없고 결백하다. 그런데 물러나라고 하니, 여야 정치권이 정해주면 법 절차에 따르겠다. 그게 없으면 나는 물러날 수가 없다’는 거다. 그러나 자진 하야 하지 않으면 헌법에서 정한 절차는 탄핵 밖에 길이 없다. 국민들로 하여금 대통령을 탄핵할 수밖에 없구나 느끼게 한 담화였다. 일부 언론에선 ‘신의 한 수’라고 평가했는데 국정을 잔꾀로 피해가면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탄핵안 처리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당장 2일도 가능한가.

“정기국회 안(9일까지)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2일로 정한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1일 오전에 탄핵안을 일찍 접수하면 당일 본회의 보고가 가능해 2일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는 만큼, 9일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참여가 탄핵안 가결에 필수 요건인데 설득 방안은 무엇인가.

“탄핵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수호기관인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 법률 위반 사유로 헌정 질서를 수호할 수 없어 또 다른 헌법 수호 기관인 국회가 탄핵 소추에 나선 것이다. 물밑으로 협조할 거래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 수호 기관으로 사명감을, 양심을 갖고 해야 한다. 그 책무를 외면하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를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탄핵이 가결 될 것으로 보나. 부결되면 또 다시 낼 것인가.

“오늘 시점에서 ‘가결 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논평할 게 없다. 중단된 국정을 회복하기 위해서 탄핵은 조속히 가결 시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을 뿐이다. ” (배석한 윤관석 수석 대변인은 “탄핵 부결 로드맵은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마련한 탄핵안에 세월호 문제를 포함시킨 이유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24시간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이 왜 헌법상 주어진 책무를 유기했냐는 데 대한 문제제기다. 국민들은 이를 규탄하는 것인데, 대통령은 2년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주요한 탄핵 사유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탄핵심판은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것인 만큼 신속한 재판이 첫 번째 생명이다. 대통령의 불법성 위헌성 판단과 함께, 대통령을 강제로 파면하지 않고선 헌법 질서를 유지할 수 없고, 국권을 지킬 수 없다는 이익비교형량이 판단의 주요 전제가 돼야 한다. 적어도 헌재 소장의 임기 이전에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공범들의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대통령의 심판 자체를 정지할 수 있다는 소리는 말이 안 된다.”

-탄핵이 추진되더라도 대통령의 자진 사퇴는 가능한가.

“일반 공무원은 탄핵을 당하면 이른바 사표 허용이 안 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최고의 자리이고,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본인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 하고 실제 사임을 한다면, 탄핵 전후로 언제든지 사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진퇴 문제는 탄핵안 통과 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핵 처리 이후에는 퇴진 문제를 두고 여당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인데, 협상의 전제 조건이 있다면.

“정치라는 것은 언제든 대화 가능한 파트너가 있어야 된다. 그러나 원래부터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고, 지금도 국민을 배신하면서 철저하게 대통령만 옹호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대화 상대라고 할 수 없다. 지금 이정현 지도체제는 가장 정치력이 없는 지도 체제 아닌가. 그 당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이 그렇게 없나.

양심세력이라면 국정을 조기에 수습하는 길인 탄핵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개개인이 헌정 수호기관으로 국민이 주신 명에 따르겠다고 양심고백하고 나와야 한다. 물밑에서 ‘익명으로 감춰주면 하겠다’라고 할 때가 아니다.”

-탄핵이든 질서 있는 퇴진이든 조기 대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헌법에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자격 정지가 되면 60일 이내 선거를 치르게 돼 있다. 헌정의 조속한 회복을 못 박기 위해서다. 때문에 누구도 헌법에 위반되는 말을 할 수 없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조기대선을 언급하고 나섰는데, 당신부터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국민들에게 지은 죄가 너무 크니, 석고 대죄하는 심정으로 대통령에게 같이 물러나자고 하는 게 먼저다. 대통령의 퇴진 의사가 확실해야 이후의 정치 스케줄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고해성사가 필요한 분이, 조기대선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부담과 혼란을 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당 안팎의 반발로 철회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을 따로 만나 즉각 퇴진을 건의할 생각이 없나.

“당시 제1야당의 대표이고 또 같은 여성이니, 심정적으로 깊은 대화를 통해 대통령을 설득해줄 수 없겠느냐는 요구가 당 안팎에서 많아 제의했던 것이다. 어제 3차 담화 당시 대통령 표정은 대단히 편안해 보이더라. 또 국회에 공 던지기를 하면서 내가 참 정치를 잘 하는구나 확신이 선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호위하는 분들이 잘못 이끌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똑바로 민심 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 역시 민심이 허락해야 하는 것으로, 제 인위적 판단으로는 할 수 없다.”

-탄핵이든 조기 퇴진이든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유력해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에는,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에 대한 총체적 불신임도 포함돼 있어 내각총사퇴가 불가피하다. 특히 황 총리는 (이번 사태의) 방조범이다. 대통령의 권한 정지가 법적으로 완결되면, 국정수습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선 백가쟁명 논의가 있을 텐데, 다음주쯤 야3당 대표가 모여 이 대책을 논의하겠다. 국민추천 총리는 정파적으로 왈가왈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우선 악정을 수습할 수 있어야 하고, 과도적이어야 하며, 민생을 챙길 능력이 되는 분이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차기 대선과도 맞물려 있는데.

“개헌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다. 정치권의 이합집산, 이해타산 도구가 돼선 안 된다. 국정농단 문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한 부정부패 때문이라 바꿔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개헌 논의는 안 되며, 국민주권을 회복하는 길로 가야 한다. 어차피 마지막엔 국민 투표가 있어야 하지 않나. 대선과 개헌이 맞물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각 후보가 자기 정치철학과 신념을 개헌에 실어 국민과 호흡하는 게 맞다.”

-당 대표로서 대선 경선 관리가 중요해졌다. 전략이 있나.

“대선주자들과 회동해 최근 사태에 대한 각자의 소신과 철학을 말씀하셔도 된다고 했다. 개인 차별화가 당 지지도를 견인해 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정치 발언을 ‘찐하게’ 해도 제가 대꾸 한번 한적이 없다. 이게 바로 민주당의 에너지로, 그런 주자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추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깝다는 지적이 주변에서 없지 않다.

“제 이름의 추가 ‘중심 추, 균형 추’다. 최순실 사태 처음에 거국내각 주장한 분이 문 전 대표였지만, 저는 처음부터 박 대통령의 하야를 말했다. 그러나 정면으로 비판한 적은 없다. 당 대표의 역할은 주자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주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자꾸 ‘추미애의 최순실은 문재인이다’고 하는데, 상당히 의도가 깔린 얘기다. 제가 당을 지도해 나가면서 한번도 문 전 대표와 따로 상의한 적이 없다. 의심되면 한국일보에서 마크맨을 붙여 나를 24시간 감시해보라.”

-최순실 사태 이후 정치권이 촛불민심을 제도권 안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대표로서 처음부터 대통령 하야 외에는 아무 방법이 없다고 말해왔다. 대통령의 하야가 전제되지 않은 모든 것은 정치권의 권력 나누기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탄핵 밖에 없다. 그래서 선 퇴진 후 탄핵으로 일관되게 이끌어왔던 것이다. 제가 다른 상황에서, 다른 이유로 살짝 웃음기를 머금어도, 이 엄중한 상황에 어떻게 웃을 수 있느냐는 항의 전화를 받는다. 광장에 나온 민심은,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나, 세상에 가진 자들은 학교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졸업장을 따고, 좋은 대학 들어가는데 나는 바보처럼 살았구나 하는 허탈감 상실감이 분노로 치환돼 나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불평등, 공정한 기회 박탈, 격차 해소 문제 등을 바꿔야 한다는 계기를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이 제공을 한 것이다. 이제 정치권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때다.”

-지금 민심은 어디까지를 원하고 있는가. 이제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은 어려운가.

“촛불 민심은 지금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사태에 대해 부인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명예롭게 물러나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 대통령은 그 말을 받아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난 원래 명예스럽다’고 치고 나올 것이다. 국민 가슴 때리고, 멍 들게 하는 일이다.”

인터뷰=이태규 정치부장

정리=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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