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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송이’ 소환? ‘길라임’ 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입력
2016.11.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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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 공식 포스터.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 공식 포스터.

전지현이 돌아왔다. 여전하다.

지난 16일부터 SBS에서 시작한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전지현이 인어 아가씨로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전지현은 지난 2월에 출산한 후 공식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이번 드라마로 돌아왔다. 최근에 출산한 30대 중반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눈 부신 전지현의 미모는 ‘푸른 바다의 전설’ 드라마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전지현은 여기에서도 찰랑대는 긴 머리를 매력적으로 휘날리며, 가늘고 긴 보디라인은 동화 속 인어공주가 마녀에게 목소리를 내주고 얻었다는 늘씬한 몸매 같다. 투명한 피부와 촉촉한 입술, 눈매를 보다 보면 어느새 빠져 들어가기 때문에 내가 드라마를 보는 건지 진짜 인어에게 홀린 건지 모를 지경이다.

그런데 전지현이 ‘여전하다’는 말에는 다른 뜻도 있다.

극중 인어 전지현은 2년 9개월 전에 끝난 메가히트작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와 많은 부분 겹쳐 보인다. 외모는 여배우의 아우라를 내뿜는데, 반전 코믹 행동을 보여주는 게 특히 그렇다. 드라마 속 인어는 처음엔 말을 할 줄도 모르고, 인간 문명을 잘 몰라서 푼수처럼 입가에 초코 케이크를 묻히며 먹는다. 또 괴력을 발휘하며 악당들과 싸움을 한 뒤 이소룡처럼 괴성을 지른다. 이거, ‘별그대’에서 술에 취해 혼자 노래 부르던 천송이 생각이 많이 나는 장면이다.

전지현 뿐만이 아니다. 전지현의 상대역이자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어와의 인연이 이어지는 이민호도 마찬가지다. 초반 1, 2회에 외국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컨버터블 자동차를 운전하고, 능글능글한 성격으로 여주인공을 알게 모르게 배려하고 챙겨주는 이 남자. 바로 3년 전 드라마 ‘상속자’들의 김탄을 떠올리게 만든다.(역시 ‘상속자들’에 나왔던 김성령, 크리스탈이 특별출연으로 나온 것까지 보태져서)

‘푸른 바다의 전설’을 보는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쩌다가 명동 한복판의 화장품가게에 들어갔다가 푸대접 받은 느낌 말이다. 마스크팩 한 개 사서 계산대 앞에 섰는데 한창 중국 손님들에게 대량으로 물건을 파느라 바쁜 점원이 나를 째려보며 ‘쟤는 바쁜데 왜 온 거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올 때의 느낌이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하고 또 화려한데, 이렇게 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보라고 이렇게 예쁘게 만든 건 아니거든.”

전지현과 이민호라는 한류 슈퍼스타가 한 드라마에 캐스팅이 된 건, 아마도 중국이라는 시장을 노렸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전지현과 이민호가 만나고,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가 대본을 맡는다. 이 사실만으로도 중국 시장이 들썩였다는 기사를 읽은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그 중국 시장을 너무 의식해서, 중국에서 돈을 내는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 통했던 ‘천송이’와 ‘김탄’의 느낌을 다시 끌어낼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한국의 시청자들은 천송이와 김탄의 리바이벌에 환호를 보낼까. 글쎄, 웹툰과 현실 세계를 오가는 참신한 설정(드라마 W), 1980년대와 90년대를 소환해내 기성세대의 감정 코드를 건드리는 드라마(tvN ‘응답하라’ 시리즈), 현재를 살아가는 20대의 진솔한 이야기(JTBC ‘청춘시대’)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번뜩이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며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게 지금 한국 방송계다.

어쨌든 전지현은 ‘여전했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여전히 개성이 넘쳤다. SBS 제공
어쨌든 전지현은 ‘여전했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여전히 개성이 넘쳤다. SBS 제공

대놓고 중국 시장을 겨냥한 포맷으로 한국의 안방에서 경쟁하는 드라마에는 일단 아이디어가 빈곤해 보인다. ‘별그대’만 해도 에필로그 등의 참신한 연출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 전지현의 천방지축 미워할 수 없는 미녀 캐릭터는 드라마에선 전에 없던 신선한 캐릭터였다.

중국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드라마에 없는 것 또 하나는 ‘공감’이다. 2016년을 살고 있는 한국 시청자가 함께 느낄 만한 게 없어 보인다.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성공한 트렌디 드라마들은 나름의 공감대가 있었다. ‘상속자들’만 해도 흙수저 여주인공의 처절함이 간간히 느껴졌고, ‘별그대’에서는 화려한 스타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천송이의 애환 비슷한 게 그려졌다. 하지만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는 화려한 배경과 배우들 외엔 아직까지 어떤 ‘공감’ 거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어떤 반전으로, 또 어떤 흡입력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초반부만 봐서는 큰 기대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과거 캐릭터를 그대로 소환해서 그 친숙함을 우려먹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 느낌이 들어서다. 중국은 모르겠지만,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옛날 캐릭터 소환은 길라임 만으로도 충분히 피로했고 충격적이었다고.

마더티렉스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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