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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몰랐던 아들 김건모? 웃음 속에 숨은 반전

입력
2016.09.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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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닷컴이 화면 속 세상 이야기 ‘TV 좀 봅시다’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자칭 대한민국 대표 워킹맘 아줌마인 ‘마더티렉스’는 지난해 브런치N스토리 동명의 코너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필자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미운우리새끼' 스틸컷. SBS 제공
'미운우리새끼' 스틸컷. SBS 제공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우리새끼(SBS)’는 보는 위치와 시선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프리즘 같은 프로그램이다.

여기엔 연예계 대표 노총각들의 관찰 카메라가 등장한다. 김건모(48세), 박수홍(46세), 허지웅(37세), 토니 안(38세)의 일상생활이 화면으로 나온다. 이 부분까지는 ‘나 혼자 산다(MBC)’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차별화 포인트는 따로 있다. 이 영상을 스튜디오에 나온 이들의 어머니들이 지켜본다는 것이다. 엄마들이 자신도 몰랐던 아들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늙은) 아들들은 마치 엄마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일탈’을 이어간다.

현직 며느리/ 전직 며느리/ 예비 며느리의 관점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은 이 프로그램을 몇 분만 보고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다. 등장하는 엄마들의 거침 없는 가부장적 마인드 때문이다.

‘외국인 며느리는 안 된다(김건모의 어머니는 ‘일본 사람이면..그래도 얼굴이 똑같으니까…’라고 큰 양보를 단행하심)’ ‘며느리가 나이 많으면 안 된다(당신의 아들이 나이 많은 것은 계산에 넣지 않으심)’ ‘우리 아들 밥 안 차려 주면 안 된다(엄마가 반찬을 아들 냉장고에 쟁여 놓아도 꺼내 먹는 것조차 귀찮아서 하지 않는 아들의 게으른 성향은 고려하지 않으심)’ 등의 말을 주저 없이 하면서 “혼수는 필요 없다”며 크게 생색내는 듯한 모습에 웬만한 결혼 적령기의 여자들은 괴성을 지를 법하다.

여기 나온 엄마들은, 미안하지만 주변에서 만나는 ‘시월드’ 속 시어머니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며느리를 ‘남의 집 귀한 딸’로 여기기 보다는 ‘우리 아들 편하게 ▶밥 해주고 ▶챙겨주고 ▶집안의 대를 잇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시부모님 공경하고 ▶남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외모와 능력을 지닌, ▶그 어떤 보조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미운우리새끼'에서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가수 김건모. 지난 9일 방송분에선 소주냉장고를구입해 어머니를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SBS 방송 캡처
'미운우리새끼'에서 큰 웃음을 주고 있는 가수 김건모. 지난 9일 방송분에선 소주냉장고를구입해 어머니를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SBS 방송 캡처

현직 비혼족/ 잠재적 비혼족의 관점

스튜디오의 엄마들은 모두 아들이 나이 먹도록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애를 태운다.

아들이 ‘남들처럼’ 결혼하고, 애 낳고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 압박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마음이 답답해지는 기분, 한 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초반에 등장했다가 갑자기 (너무 바빠서) 중도 하차한 김제동이 그랬다. “엄마 마음은 알겠지만, 나도 성인이고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사는 것”이라고.

여기에 등장하는 노총각들은 외롭고, 우스꽝스럽고, 철 없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가. 이들은 일반 월급쟁이 보다 몇 배는 돈을 잘 버는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다. 결혼 생각이 없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은 것뿐이다.

현실에선 결혼하고 싶어 죽겠는데도 돈이 없고 집을 마련할 여유도 없고 아이를 키울 여유도 없어서 비혼을 선택한 싱글족도 많다. 요즘 다른 싱글 남성들이 그저 단순히 ‘시리와 시덥잖은 농을 주고 받는 웃기는 아저씨’로 보이진 않는 이유다.

현직 엄마의 관점

노총각 아들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엄마라면, 한숨을 내쉬며 스튜디오의 엄마들에 감정이입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 포인트가 또 있다. 정작 엄마들은 노총각 아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의 메인 MC인 신동엽은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모두 절친한 사이다. 신동엽은 알고 있는 이들의 사소한 술버릇, 연애사, 스트레스 해소 방법, 마음 속 이야기 등등을 정작 엄마만 모른다.

박수홍이 후배들과 ‘불금’에 클럽에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쫓겨나는 모습에 “아니 쟤가 왜 저래”라며 불 같이 화를 내던 어머니는 아들이 ‘가족 반대로 결혼에 실패한 후 마음의 문을 닫았다’고 카메라 앞에서 고백하자 눈빛이 흔들린다.

왜 엄마들은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다 큰 아들에게 아직까지도 욕심을 낼까. TV 화면 속 엄마들은 마흔 줄의 아들이 아직도 다섯 살 꼬마로 보이는 듯하다.

어른들 앞에선 차마 대놓고 하지 못했던 말인데, 이 프로그램은 철부지 노총각들의 웃기는 관찰기가 아니라 엄마들도 아들과 함께 커 가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반전 프로그램 같다.

이상은 다섯 살 아들을 둔 현직 엄마로서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느끼는 소감이었다. (사족. 현직 주부로서 허지웅의 타조털 먼지떨이개 정말 탐난다.)

마더티렉스 (프리랜서 작가)

‘TV 좀 봅시다’ 시즌1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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