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책과 딜러 등 9명 구속ㆍ122명 불구속
경찰 “차량 구입 강요하면 신고해야”
중고 SUV를 사기 위해 중고차 매매사이트를 살펴보던 A(46)씨는 ‘경매로 낙찰 받은 2015년식 싼타페를 500만원에 판다’는 광고 글을 보고 지난 1월 14일 인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았다. 그러나 이모(20)씨 등 중고차 딜러 2명은 해당 차량이 이미 팔렸다면서 2013년씩 싼타페를 400만원에 주겠다고 했다. A씨는 꺼림칙했지만 돈을 내고 매매계약서를 썼다.
이씨 등은 차량 등록을 위해 경기 안산시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본색을 드러냈다. 차량 인수금 명목으로 2,4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한 것이다. 계약서 특약사항에 ‘인수금은 본인 부담’이라고 쓰여진 부분이 근거였다. A씨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이씨는 “돈이 이미 차주에게 넘어갔다. 차를 사던지 돈을 포기해라”고 강요했다. 계속해서 항의하는 A씨를 고속도로에 버리고 가기까지 했다.
허위 매물로 고객을 유인한 뒤 감금하고 협박해 강제로 중고차를 팔아 수십억원을 챙긴 기업형 중고차 강매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강요 및 자동차관리법상 허위광고 혐의로 조직 총책 이모(37)씨 등 9명을 구속하고 딜러 최모(32)씨 등 1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지난 7월 중고차 매매사이트 10여곳에 허위 광고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중고차 331대를 고가에 강매, 5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차량이 이미 팔렸거나 하자가 있다면서 다른 차량을 소개한 뒤 매매계약서상 계약금 외에 인수금 500만~3,0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들은 환불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차량에 태워 끌고 다니면서 감금하고 욕설을 하는 등 협박해 중고차를 강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모두 363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지난 3월 1일 2015년식 티볼리를 800만원에 판다고 B(61)씨 부부를 유인한 뒤 인수금 2,500만원을 요구하고 항의하는 B씨 부부에게 “위약금 1,000만원을 물어내라”면서 욕설을 하기도 했다. B씨 부부의 가방을 달리는 차량 밖으로 던지고 멱살을 잡아 차량 밖으로 끌어내리는 등 폭행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자신의 2007년식 체어맨을 300만원에 넘기고 2005년식 오피러스를 700만원에 강제로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이씨 등은 인천과 경기 부천 등에 중고차 매매상사를 차려놓고 사장과 부사장, 팀장, 딜러, 상담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 딜러 등은 중고차 강매 방법과 경찰 대응 요령 등을 교육받기도 했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매매상사 상호와 대표자 명의도 수시로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싸게 판매한다는 광고 글은 일단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중고차 매매상사에서 차량 구입을 강요한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매매상사와 허위 광고 사이트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하고 중고차 매매상사 명의의 종사원증 발급제도에 대한 개선 등을 관계기관에 요구했다. 경찰은 중고차 강매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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