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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 울린 '개념 연예인'들

입력
2016.11.1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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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해 100만 시민들과 함께 자리를 지킨 (왼쪽부터) 이승환 김제동 김미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해 100만 시민들과 함께 자리를 지킨 (왼쪽부터) 이승환 김제동 김미화. 한국일보 자료사진

100만 촛불이 광화문을 환하게 밝혔다.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향한 100만 시민들의 외침에는 연예인들도 함께 했다.

이날 방송인 김제동과 김미화, 가수 이승환은 직접 무대에 올라 박 대통령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며 시민들의 편에 섰다. 어쩌면 뜻이 왜곡되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제동은 시민들을 향해 헌법을 줄줄이 외며 일목요연하게 박 대통령이 내려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헌법 84조에 보면 대통령이 내란 혹은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며 “즉 이 말은 대통령이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저질렀을 경우엔 형사상 소추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라의 근본을 무너뜨린 게 내란이다. 나라의 근본은 무엇이냐, 세종대왕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라고. 즉 백성의 마음을 다치고 한 것, 시민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은 내란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한 경위를 조목조목 꼬집기도 했다. 김제동은 “헌법 1조1항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게 아니고 최순실 일가로부터 나오게 했다면, (박 대통령은) 헌법 제1조1항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헌법2조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그런데 법률로 대한민국 국민인 (시민들을 향해)이 사람들에게 권력을 주지 않고 사사로운 사람에게 권력을 줬다면 헌법 2조 위반”이라고도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힘이 들어갔다. 그는 “헌법 제9조 민족 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거 하나는 지키신 것 같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그러나 우리의 샤머니즘은 이렇게 나쁜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는 시민들에게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입니다. 행복하십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주변에 모인 시민들이 일제히 “아니오!”를 외치자, “제10조 위반입니다”고 말했다.

그는 뼈있는 말도 남겼다. “헌법을 유린하고 한 조항도 지키지 않은 게 내란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독일에 있는 어떤 한 가족이 대한민국 사람들 열패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만들었다면 그것이 외환이 아니고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김미화도 남편인 윤승호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무대에도 남편과 올라 “박 대통령이 내치니 외치니 이런 말을 하고 있는데, 코미디 ‘쓰리랑 부부’때 나왔던 말을 인용하겠다. 무조건 방 빼!”라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김미화를 따라 “방 빼! 방 빼! 방 빼!”를 세 번 외치기도 했다.

가수들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일찌감치 자신의 사무실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박 대통령 퇴진에 앞장섰던 이승환은 이날도 강경한 입장은 보여줬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 ‘덩크슛’의 후렴구에서 “주문을 외워보자, 오예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라고 가사를 개사해 불렀다. 이어 그는 “요즘 정신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는 기분”이라며 “‘불량배’ 우병우 차은택 최순실 그리고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너무 많은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내가 야당 정치인의 편이라고 좋아하지 말라”며 “나는 정치인의 편이 아니라 시민들의 편”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이승환은 100만 시민들과 함께하는 콘서트에서도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전했다.

밴드 크라잉넛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히트곡 ‘말 달리자’를 부르기 앞서 “우리는 청와대로 달리려고 한다”며 “우리가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나, 자괴감을 느낀다”고 박 대통령을 풍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두 번째 대국민 담화 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SNS로도 연예인들의 따끔한 일침은 계속됐다. KBS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배우 김유정은 자신의 SNS에 “암흑의 세상. 7시부터 3분간 ‘항의의 전등 끄기’ 집에서 함께 참여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주목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항의하는 뜻이 담긴 캠페인이었다.

방송인 손미나도 SNS에 초를 든 사진을 게재하고는 “스페인 출장 중 몬세랏 수도원에서 초를 밝혔다”며 “몸은 스페인에 있지만 마음은 광화문에”라는 글을 남겼다. 가수 솔비도 촛불 그림과 함께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촛불처럼 우리의 마음들이 모여 다시금 밝고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길 바라본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룹 신화의 김동완도 SNS에 5일과 12일 연속 2주 동안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한 사진을 올리고 “민주 공화국”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네티즌도 이들의 함성에 힘을 보탰다. 네티즌은 “개념 있는 연예인들. 좀더 나은 세상에 더욱 인정 받을 것이다”(at*****), “정치보복을 당하는 걸 알면서도 앞에 나올 수 있는 연예인은 진정 용기 있는 영웅입니다’(qa*****), “정말 훌륭한 집회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뀔 것입니다”(be*****)”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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