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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작가’ 하동철을 기리며

입력
2016.11.1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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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제자들과 스케치여행을 떠난 하동철 화백의 모습. 학고재갤러리 제공
1996년 제자들과 스케치여행을 떠난 하동철 화백의 모습. 학고재갤러리 제공

생전 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고인을 추억하는 것.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낯선 장면이 올해 10주기를 맞은 하동철 화백(1942~2006)의 기획전에서 재현됐다. “흥이 많았던” “감정 표현에 박하지 않았던” “엄하지만 인간적이었던” 스승으로 하 화백을 그리고 기리며 제자들이 한 데 모였다.

‘빛의 작가’ 하동철 화백의 추모전 ‘헌정: 기리고 그리다’가 1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학고재갤러리 신관에서 열린다. 1960년대 기하학적 추상이라는 새로운 추상미술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등장해 198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최초로 참가했다. 회화, 드로잉, 판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며 그는 25년 넘게 빛을 주제로 작업했다.

작품 활동과 더불어 하 화백은 서울예술고, 성신여대, 홍익대, 서울대 등에서 교편을 잡으며 제자를 양성하는 데도 힘썼다. 특히 성신여대와 서울대에는 국내 첫 판화과와 판화전공을 개설해 국내 미술의 장르 확대ㆍ발전에도 기여했다.

이번 추모전의 기획은 그와 “살을 부대낀” 제자들이 직접 맡았다. 하동철 뒤를 이어 서울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윤동천을 필두로 김태진(국민대 교수), 박광열(작가), 신수진(서울대 강사), 최성원(서울여대 교수) 등이 함께 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스승”인 하 화백을 위해 다섯 명의 제자는 바쁜 시간을 쪼개 기획부터 작가 섭외 및 작품 선정, 작품 설치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전시에는 하동철 화백의 작품을 비롯,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자녀(하원, 하진), 하 화백에게 수학한 제자들의 작품 등 59점으로 구성됐다. 신관 3개 층을 모두 사용하지만 빽빽한 감이 없지 않다. 최성원 교수는 “추모전 참여를 원하는 제자들이 많아 애초 40여 점으로 계획했던 작품 수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하동철 추모전 '헌정' 전시 전경. 하동철 화백의 작품이 제자들의 작품을 조망하듯 설치돼 있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하동철 추모전 '헌정' 전시 전경. 하동철 화백의 작품이 제자들의 작품을 조망하듯 설치돼 있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대표작은 하동철 화백의 ‘빛02-03’(2002). 하 화백 작품이 가로 2.4m, 세로 1m인 것을 감안해 나머지 출품작의 크기는 그 이하로 제한했다. 또 전시장 양 쪽 벽에 걸린 제자들의 작품을 조망하듯 입구 높은 곳에 설치했다. 출품작의 장르와 개성이 제각기 달라 발생할 수 있는 어수선함은 세상을 떠난 스승에 대한 애틋함과 존경심을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 선정과 배치로 완화된다.

하동철 화백 1주기, 5주기에 이은 세 번째 추모전이다. 타계 작가에 대한 기념사업과 연구가 미비한 상황에서 그와 작품을 기억하기 위한 지속적 움직임은 주목할만하다. 단색화 에 편중된 시장 다변화를 위해서도 의미가 크다. 학고재갤러리 우찬규 대표는 “해외 아트페어에서 미술 관계자들이 ‘너희는 단색화만 하냐’는 얘기를 하곤 한다”며 “하동철 화백 등 미술사적 의의가 큰 사람을 재조명해 한국미술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하동철, '빛02-03'(2002). 학고재갤러리 제공
하동철, '빛02-03'(2002). 학고재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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