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8일 국회 로비에 나온 야 3당 의원들의 손에는 ‘하야’ ‘퇴진’ ‘국정에서 손떼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얼핏 모두 동일한 의미로 보이지만 현 정국을 수습하는 방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 차가 드러난다. (▶정국수습 3가지 시나리오와 한계)
우선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는 구호를 들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4일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하야)”고 선언한 뒤, 여야가 합의해 새 내각 총리를 정하고 대선은 내년 4월 12일 재보궐 선거일에 치르자고 제안했다.
즉, 정의당은 ‘대통령 하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떼라’ ‘국민의 뜻이다! 박근혜를 조사하라!’등의 구호를 들고 나왔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들었다.
‘국정에서 손떼라’와 ‘퇴진’은 ‘하야, 2선 후퇴’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여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복잡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대통령 퇴진과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소추절차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공식으로 제기하는 것은 거국중립내각이다. 대통령은 2선으로 후퇴하고, 여야 합의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고 총리가 내각을 꾸려 국정은 맡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각 당이 체감하는 정세와 차기 대선 셈법에 따라 입장 차가 나고 있는 것이다.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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