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무혐의에 코스피 소폭 반등
외국인은 4거래일째 순매도 행진
트럼프 당선 땐 브렉시트 넘는 충격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내 정세 혼란에다 미국 대통령 선거 불확실성이 가세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태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돌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경제 상황을 ‘여리박빙’(如履薄氷ㆍ얇은 얼음을 밟듯 몹시 위험하다)에 빗대며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5.56포인트(0.79%) 오른 1,997.58에 마감했다. 지난달 24일(2,047.74)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지난 2일(1,978.94) 3개월여 만에 1,980선까지 내줬다가 모처럼 소폭 반등한 것이다. 이날 중국ㆍ대만ㆍ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모두 동반 상승했다. 앞서 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재수사를 무혐의로 종결하면서 ‘트럼프 리스크’(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 당선 시 혼란)가 다소 완화됐다는 기대감이 작용된 결과였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로 원ㆍ달러환율 역시 0.3원 내린 1,143.1원을 기록,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주가 상승폭이 미미했던 건 국내 정치 리스크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는데다 만에 하나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그 후폭풍이 엄청날 거란 우려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20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4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열세를 딛고 당선되는 경우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보다 더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53억6,300만달러)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를 하루 앞뒀던 6월22일(52억1,000만달러) 이후 최저치였는데, “대형 리스크를 동반한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이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도 초긴장 상태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긴급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상황에 맞춘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24시간 비상상황실을 가동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외환시장에 대해 “금융권 외화차입 여건과 대외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련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이를 관계기관간에 즉시 공유해 견고한 대응체계를 유지하겠다”며 “외환시장의 과도한 쏠림현상이 없도록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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