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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압’ 잘못 받으면 평생 ‘후회’

입력
2016.11.0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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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ㆍ허리디스크ㆍ골다공증 환자 ‘위험’

치료하기 위해 지압을 받다가 잘못되면 디스크 파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치료하기 위해 지압을 받다가 잘못되면 디스크 파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0년 넘게 목 디스크를 앓고 있는 K(48)씨는 최근 지인소개로 서울 강남의 업소에서 지압을 받았다가 디스크 증세가 악화됐다. 멍 들 정도로 심하게 지압을 받은 것이 문제였다. 지압을 받을 때 통증을 느꼈지만 치료과정이라 생각해 꾹 참았다. 하지만 지압을 받은 후에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병원을 찾은 K씨는 디스크가 파열됐다는 의사의 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지압업소를 찾아갔지만 지압사는 사과는커녕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도리어 화를 냈다.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피로회복을 위해 안마나 마사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목ㆍ허리 디스크 등을 치료하기 위해 지압을 받았다가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압을 잘못 받으면 골절은 물론 근육이 파열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전신이 마비될 수 있다. 특히 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 경추 수핵 탈출증(목 디스크), 퇴행성 관절염,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이들은 지압을 삼가야 한다.

방문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의 뼈는 약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지압을 받으면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꾹꾹 눌러주니 시원할지 몰라도 몸이 망가질 수 있는 것이다.

“웬만한 의사보다 낫다” 지압 맹신 문제

지압 받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잘 만진다’고 소문난 지압업소에는 목 어깨 허리 무릎이 아픈 사람이 몰린다. 서울 강남의 유명 지압업소에서 만난 중년 여성은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데 지압업소에서는 아픈 곳을 잘 눌러줘 효과가 만점”이라고 말했다. 잘못 만지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하자 “우리 원장님 경력이 30년”이라며 “웬만한 의사보다 낫다. 한번 받아보면 그런 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근육과 뼈를 누르면 순간적으로 통증이 완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원인치료를 하지 않으면 지속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김동환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길어야 2~3일 정도 효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통증이 발생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지압에 의존하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식 고대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만성통증 환자 중 지압만 받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백경일 강북힘찬병원 원장은 “근육과 뼈를 강하게 누르면 상태가 호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간다”며 “실제로 지압을 잘못 받아 응급실로 실려 온 이가 많다”고 말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 환자는 만성통증에 시달리기 때문에 통증에서 탈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이들 환자가 지압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시술ㆍ수술 후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병원에서 받는 물리ㆍ운동치료에 만족하지 못한다. 지압처럼 극적인 맛이 없기 때문이다. 물리ㆍ운동치료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김 교수는 “물리ㆍ운동치료는 통증을 없애는 치료가 아니라 근육을 이완하는 시술”이라며 “물리ㆍ운동치료를 받은 후 병원에서 가르쳐준 대로 스트레칭 등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근골격계 질환은 자세교정 등 환자 스스로 노력해야 치료할 수 있다”며 “2~3회 지압을 받고 상태를 호전시키겠다는 욕심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 단속 포기… 신중한 선택 필요

불법 의료행위를 퇴출시키기 위해서라도 치료 목적으로 지압을 받는 것은 삼가야 한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2년 간 전문교육을 이수해 안마사 자격증이 있는 시각장애인만 마사지 안마 지압 등 수기요법을 할 수 있다. 일반인이 인체에 대한 물리적 시술행위를 하는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건강원’, ‘양생원’ 등 간판을 걸고 수기요법을 행하는 업소가 즐비하다. 이들 업소는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아 관리조차 안 된다. 강남보건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안마시술소와 달리 일반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관리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도 “불법 업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리가 어렵다”며 “보건소에 관리감독하라는 공문을 보내도 인력부족으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의료행위에 비법은 없다”며 “통증 원인을 알지 못하고 병변을 과도하게 누르거나 뼈를 맞추면 근육파열, 골절로 사지마비 등 치명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도 손해 볼 수 있어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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