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공유운동가 고렌플로 방한
“기존산업과 갈등 관계 인식 잘못”
서울 ‘나눔카’ 모범사례 꼽기도
“공유경제의 핵심 가치는 연대감의 확산이다. 기술진화가 공유경제 발전을 이끌지만 기술이 공유경제의 중심은 아니다.”
서울시 공유경제 국제자문단 위원이자 세계적인 공유 운동 웹진 ‘셰어러블(http://www.shareable.net)’의 공동창립자 닐 고렌플로(53)는 “공유경제가 시민문화가 되면 수평적이고 인간적인 교류가 늘어 시민사회에 수많은 기회가 열리고 구성원 개개인도 발전과 혁신을 성취하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6, 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6 공유서울 페스티벌’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고렌플로는 7일 기자와 만나 서울시 공유도시 정책을 비롯한 전세계 공유경제 동향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그는 공유경제의 범위를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글로벌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기업으로 한정 짓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도시의 수많은 정책을 누구나 열람하고 공유할 수 있는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 개발 등 지역 특색을 반영한 공유도시 전략이야말로 공유경제의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2012년 공유도시를 선언하고 민간사업자와 협력해 ‘나눔카’등을 도입한 서울을 모범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경제, 환경, 사회 등 전방위로 발생하는 오늘날의 도시 문제는 하나의 정설이 아닌 유연한 사고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며 “공유경제 개념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로렌스 레식 미 하버드 법대 교수가 2008년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개념을 주창한 이후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지만 산업으로서 공유경제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그는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확산됐지만 관련한 실제 제품과 서비스는 아직 다양하게 개발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실생활에서 공유경제를 경제적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자수성가한 개인 성공담은 주목 받지만 그가 성공하기까지 도움을 주고 지원해 준 사람이나 기관은 전혀 부각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나눔과 지원, 공유경제 산업의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렌플로는 “흔히 공유경제를 이야기할 때 독점적 대기업과 역시 시장 독점을 염두에 둔 야심 찬 신생 혁신 기업(스타트업)으로 양극단화해 설명하곤 한다”며 공유경제를 기존산업과 갈등구조에 있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를 대립구도로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유연한 규제체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가 늘며 고용모델이 바뀌는 등 달라지는 경제 생태계 흐름에 맞게 규제와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가 함께 소유하는 협동조합 성격의 공유경제 앱이 늘고 있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공유경제 트렌드를 함께 소개했다.
고렌플로는 미국 조지메이슨대, 조지타운대학원을 나와 증권가 애널리스트, DHL 전략 담당으로 일하다 2004년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공유경제 확산 운동에 뛰어들었다. 2009년에는 셰어러블을 만들었다. 그는 “전통적 의미로는 성공한 삶을 살았을지 몰라도 내가 원하는 삶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진로를 틀었던 것”이라며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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