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 중 하나는 경제다. 대체로 힐러리 클린턴은 무역 등 일부 분야를 빼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현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경제정책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 정부도 미국 대선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금융당국은 7일 오전 임종룡 금융위원장(경제부총리 후보자)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모여 금융시장점검회의를 연다.
누가 돼도 보호무역 강화
클린턴이나 트럼프 누가 되든 보호무역 기조가 훨씬 강화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 의견이 일치한다. 일단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무산되거나 당분간 추진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은 미국 국익이 지금보다 더 반영돼야 TPP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일반 무역정책에서도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불공정 무역에 제재를 강화할 것을 공언했다.
한술 더 떠 트럼프는 TPP를 포함한 모든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시사했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율 관세 부과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이 이렇게 보호무역으로 돌아서면, 결국 세계 교역량 감소로 이어져 한국 등 수출 의존국의 성장동력은 더 약해질 전망이다. 만에 하나 트럼프 말대로 모든 FTA가 재협상에 들어가 한미 FTA의 효력이 정지되면 내년부터 5년간 한국의 수출 손실은 269억달러에 이른다는 연구(한국경제연구원)도 있다.
트럼프 당선-경제는 시계제로
트럼프가 승리할 때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몰아칠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시 미국과 세계적으로 높은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이 예상된다”며 “고용 창출이나 경기 부양에 정교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미국 경제 불확실성을 극대화할 것”이라 우려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이런 불확실성.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트럼프 당선시 미국 S&P 500 지수가 하루 만에 11~13%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불확실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도 트럼프의 공약은 세계경제 심장인 미국의 성장세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경제공약 핵심이 ▦세율 하향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강력한 경기부양인데,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할 지 대안이 없다. 그의 보수적 이민정책 탓에, 노동력 부족에 따른 공급능력 저하가 에상된다는 분석(산업연구원)도 있다.
클린턴 당선-점진적 성장ㆍ변화
클린턴 행정부가 오바마 대통령 정책을 승계하게 되면 자유무역 기조는 약간 후퇴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미국 및 세계 경제 상황은 예측 가능한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 경제도 점진적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 무디스는 ▦트럼프 당선 시 2017년 성장률은 반짝 반등했다가 그 이후 추세선을 밑돌고 ▦클린턴 당선 시 현재 추세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을 털고 상승하는 ‘안도 랠리’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당선시 S&P 500 지수는 3%(바클레이즈)~5%(씨티그룹)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산업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클린턴의 ▦금융기관 규제강화 ▦의료비 지출 감소책 탓에 금융 및 제약 업종은 약세가 예상되고, 클린턴이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차 분야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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