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상징하는 말이 바로 ‘절절포’다.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의 줄임말인데, 그가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금융규제 완화는 절절포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금융위원장 시절 절절포는 “금융개혁을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새로운 경제팀을 이끌 임 후보자에게 시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절절포’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위기에서도 안보와 함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인 경제를 ‘최순실 블랙홀’에서 끌어내 제 궤도에 올려 놓는 일이다. 경제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임 후보자에게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한 다섯 가지 ‘절절포’는 바로 ▦철저한 관리 ▦컨트롤타워 강화 ▦구조조정 매진 ▦경제 협치 ▦재정역할 강화다.
철저한 관리에 주력하라
임 후보자는 무사만루 최대위기에서 팀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등판한 선수 격이다. 그래서 새로운 구질로 창의적 승부를 펼치기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충고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던 그의 장기가 바로 철저한 관리 경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새롭게 할 일은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며 “미국 선거 및 금리인상과 관련해 닥쳐 올 통상, 환율 등 파고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언도 이어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4분기 성장률 급락 상황이 오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연착륙을 관리해야 한다”는 충고(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도 있었다.
컨트롤타워임을 잊지 마라
전임자인 유일호 부총리가 늘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에 시달렸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제부처 리더십을 가능한 한 빨리 장악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리더십 문제와 관련, 윤석헌 교수는 “임 후보자가 전형적 관료라서 의사결정을 똑 부러지게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전문가이자 경제사령탑으로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기’를 강조했다.
정책조정을 강조한 의견도 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금까지 부처간 의견이 충돌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거나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새 부총리는 중립적 입장에서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안에 임 후보자를 도와 줄 사람이 없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수 있을 지 의문”(전성인 교수)이라는 우려도 있다.
구조조정에 매진하라
새 경제팀이 마무리해야 할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단연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제라는 의견이 많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전 경제팀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빅3 세 곳을 다 가져가는 등 말과 행동이 달랐다”며 “구조조정 문제에서는 일관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민영 부문장은 “정부의 구조조정 해법을 보면 상황을 정리한 다음 업황 개선을 기다리는 식”이라며 “팔 것은 팔고 넘길 것은 넘기는 진짜 구조조정이 아니면 또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도 야당과 협치하라
국정 주도권을 당ㆍ정ㆍ청이 아닌 국회(특히 야당)가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경제정책에서도 야당이 참여하는 ‘협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쏟아졌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당시 현직 대통령과 당선자가 공동으로 꾸린 비상경제대책위원회와 같은 여야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역시 “지금 행정부 주도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여야정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큰 이견이 없는 정책부터 경제협치를 시작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적 금융의 경우 야당이 얘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나아가 야당이 꾸준히 강조하던 정책도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도 적극 나서라
4분기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재정을 좀더 적극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건전 재정론자를 자처했던 유일호 부총리의 보수적 재정운용을 재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재하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정책은 구조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안 된다”며 “내년 예산을 좀 더 확장 편성하는 등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도 “4분기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확장재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자 역시 부총리 내정 직후 “확장재정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돈을 풀어 임기응변을 할 때가 아니라 구조조정이나 떨어진 민간의 성장동력을 살리는 등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는 반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