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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황병승 시인… 성추문 폭로 대자보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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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황병승 시인… 성추문 폭로 대자보 붙어

입력
2016.11.0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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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3일 경기도 안산의 서울예술대 캠퍼스에는 이 학교 졸업생이자 문예창작학과 강사로 일했던 황병승 시인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황 시인은 문학과지성사에서 '여장남자 시코쿠', '육체쇼와 전집' 등의 시집을 냈으며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등을 수상한 유명 시인이다.

'문단_내_성폭력 서울예대 안전합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황 시인이 서울예대 강사 시절 제자들에게 언어폭력을 가하고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폭로 글이 실렸다. 피해자 A씨는 황 시인이 자신에게 접근해 "시인들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술자리에 데려갔고 데이트도 몇 번 했지만 1∼2주 후 여자친구가 생겼다면서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정신적 충격에 휴학하려 했지만 황 시인이 막았고 이후 사과할 일이 있다며 술자리에 불러내 또 다시 "여자로 보인다"는 둥 추근댔다고 폭로했다. "여자는 30 넘으면 끝이다" 등의 모욕적 발언에 이어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서울예대 캠퍼스에 붙은 황병승 시인의 성추문 고발 대자보. 트위터 캡처
서울예대 캠퍼스에 붙은 황병승 시인의 성추문 고발 대자보. 트위터 캡처

A씨는 황 시인의 여자친구가 같은 수업을 듣던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2년간 휴학했고 황 시인이 "이런 일이 알려지면 너도 좋을 거 없다"는 식으로 말해 주변에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황병승이 보여준 물의는 뜬소문으로만 전해지고 이번처럼 제대로 된 공론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두 번 다시 그런 스승으로서 아무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서울예대를 비롯해 어느 학교에서도 강의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A씨에게 폭로 글을 받아 대자보를 쓴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은 “사회적 권력의 폐해 속에 묻혀 오랫동안 발화되지 못하고 있던 이야기들이 공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트위터에서는 황 시인의 다른 행적에 대한 폭로글이 이어지고 있다. 황 시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저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숙하겠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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