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오프라인으로 번졌다. 3일 경기도 안산의 서울예술대 캠퍼스에는 이 학교 졸업생이자 문예창작학과 강사로 일했던 황병승 시인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황 시인은 문학과지성사에서 '여장남자 시코쿠', '육체쇼와 전집' 등의 시집을 냈으며 미당문학상, 박인환문학상 등을 수상한 유명 시인이다.
'문단_내_성폭력 서울예대 안전합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황 시인이 서울예대 강사 시절 제자들에게 언어폭력을 가하고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폭로 글이 실렸다. 피해자 A씨는 황 시인이 자신에게 접근해 "시인들을 소개시켜 주겠다"며 술자리에 데려갔고 데이트도 몇 번 했지만 1∼2주 후 여자친구가 생겼다면서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정신적 충격에 휴학하려 했지만 황 시인이 막았고 이후 사과할 일이 있다며 술자리에 불러내 또 다시 "여자로 보인다"는 둥 추근댔다고 폭로했다. "여자는 30 넘으면 끝이다" 등의 모욕적 발언에 이어 성관계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황 시인의 여자친구가 같은 수업을 듣던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2년간 휴학했고 황 시인이 "이런 일이 알려지면 너도 좋을 거 없다"는 식으로 말해 주변에 하소연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A씨는 "황병승이 보여준 물의는 뜬소문으로만 전해지고 이번처럼 제대로 된 공론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두 번 다시 그런 스승으로서 아무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서울예대를 비롯해 어느 학교에서도 강의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A씨에게 폭로 글을 받아 대자보를 쓴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은 “사회적 권력의 폐해 속에 묻혀 오랫동안 발화되지 못하고 있던 이야기들이 공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을 막기 위해 대자보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트위터에서는 황 시인의 다른 행적에 대한 폭로글이 이어지고 있다. 황 시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저로 인해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입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숙하겠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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