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최씨 일가 전반으로
K스포츠 국제행사 진행 맡은
‘더스포츠엠’ 장씨가 주인인 듯
자금 빼돌리려 급조한 의혹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통해
문체부 예산 11억 특혜 받기도
제주 빌라 급매물로… 도피 우려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조카 장시호(37ㆍ개명 전 이름 장유진)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최씨 언니인 순득(64)씨의 딸인 장씨는 최씨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으며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ㆍ운영의 ‘브레인’ 역할을 한 인물로 거론된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최씨 일가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검찰은 최근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장씨를 출국금지하고, 그가 벌인 사업과 관련한 각종 자료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은 검찰이 장씨의 범죄혐의를 상당 부분 포착했거나,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장씨와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면 심상치 않은 구석이 많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K스포츠재단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 가이드러너 컨퍼런스’ 행사의 진행용역을 맡은 ‘더스포츠엠’은 장씨의 차명 회사일 가능성이 짙다. 장씨의 부친과 모친이 공동 소유한 서울 삼성동의 6층짜리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업체는 행사 3개월 전인 3월 10일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다. 현 대표이사인 한모씨는 K스포츠의 이사였던 이철원 연세대 교수의 제자로 알려졌다. K스포츠에서 일감을 따내기 위해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
김 의원은 더스포츠엠이 K스포츠의 자금을 빼돌리는 ‘위장 회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한씨는 K스포츠에서 4,500만원 정도를 받아 행사에 썼다고 하는데, 실제로 K스포츠는 이에 9,000만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한다”며 “누군가가 진행 과정에서 돈을 유용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씨는 “나는 이 회사 주인이 아니고, K스포츠의 누군가가 별도로 돈을 준다”고도 했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실제 주인은 장씨일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장씨가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는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6개월 동안 무려 11억원의 특혜성 지원을 받아냈다. 강릉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따냈고, 삼성전자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빙상캠프 후원 등 명목으로 5억원을 지원받았다. 그 배경에는 센터 사무총장이었던 장씨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게 주변의 공통된 증언이다. 허승욱 센터 회장은 “올해 6월 회장이 돼 그 전의 일은 잘 모르지만, 사단법인 설립 과정에서 장씨가 도움을 준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승마선수 출신인 장씨는 대학 졸업 후, 연예계 주변 분야에서 일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광고감독 차은택(47)씨와 친분을 쌓게 됐고, 이모인 최씨에게 차씨를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9월 중순부터 제주 서귀포의 자택에서도, 수도권에 있는 주거지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서귀포 색달동의 중문관광단지 인근 토지 2만575㎡(약 6,224평)와 빌라 등의 자산을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해외도피를 준비하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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