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민과의 소통 및 홍보 채널로 가동해 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올 스톱’ 됐다. 청와대 공식 인스타그램과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페이지는 각각 지난달 25, 27, 28일 이후 단 한 건의 게시물도 올리지 않았다. 이전까지 최소 하루 1건, 많게는 5건 이상의 게시물을 업로드 해온 걸 감안하면 임시 휴업 상태에 돌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현 상황과 연관이 깊다. SNS 이용자들이 청와대 계정 방문을 ‘성지순례’로 표현하며 분노의 댓글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차라리 아무 말 안 하는 게 낫다’고 청와대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 타겟 인스타그램
개설 하루 만에 휴업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추진을 선언한 지난달 24일 “청스타그램으로 불러주세요^^”라며 발랄하게 시작한 청와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은 다음날인 25일 오전 두 번째 게시물을 올린 이후 9일째 감감 무소식이다. 이 날 오후 박 대통령은 최씨와의 관계를 일부 시인하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개설 하루 만에 휴면에 들어간 청와대 인스타그램은 시작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용자 대부분은 “지금 청와대가 인스타 할 때냐?” "타이밍 보소 ㅋㅋㅋ" 처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3일 현재 ‘청스타그램’에는 “너무 수치스럽다” “꼬리 자르지 말고 당신이 내려오세요” 등 각종 비난 댓글이 3,000개 이상 쌓이고 있다. “왜 댓글을 삭제했냐”는 항의와 "전국민 욕받이 인스타가 있대서 놀러 왔어요" 처럼 조롱 섞인 댓글도 눈에 띈다.
페이스북 반응도 ‘분노’ ‘슬픔’ 늘고
‘하야 촉구’ 댓글 쏟아져
55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 역시 지난달 28일 이후 잠잠하다. 청와대 페이스북은 그 동안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3~5건의 소식을 전해 왔다. 건당 4장 이상의 대통령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면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은 600~700개의 공감아이콘과 댓글 30~50개 정도로 화답하는 게 보통이다. 지난달 24일 올라온 대통령의 시정연설 하이라이트 동영상까지만 해도 ‘좋아요’ 또는 ‘♡’처럼 긍정적인 공감과 응원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반응이 싸늘해지기 시작한 건 박 대통령이 최씨와의 관계를 시인한 직후부터다. '분노' 또는 '슬픔' 의 부정적 공감이 늘고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도 쏟아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8일 게시된 미얀마 하원의장 접견 소식은 1,000여 개의 공감아이콘 중 부정적 표현이 250여 개에 달했다. “대통령님 힘 내십시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처럼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보다 “박근혜 대통령도 검찰조사 받아야…” 같이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주장이 점점 늘면서 댓글 수도 670건을 넘어섰다.
42만여 명이란 적지 않은 팔로워를 보유한 청와대 카카오스토리 역시 지난달 27일 마지막 게시물 이후 단 한 건의 소식도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최씨와 안종범 전 수석 등 핵심인물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카카오스토리의 마지막 게시물엔 1만여 건에 달하는 댓글이 와글거리고 있다.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이 절실한 국가적 혼란 상황에서 청와대 SNS의 ‘올 스톱’사태는 그 동안 대통령이 보여준 불통 행보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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