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붉히고 언쟁만… 與 지도부 사퇴 놓고 난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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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붉히고 언쟁만… 與 지도부 사퇴 놓고 난맥상

입력
2016.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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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내가 도둑질이라도 했냐”

정병국 “대표니까 그래도 자제”

회의 중 개각 발표하자 추궁도

김무성 전 대표는 도중에 퇴장

비박ㆍ친박 평행선 입장 확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의 언쟁을 지켜보다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배우한기자

“내가 도둑질이나 해먹은 것처럼 얘기하느냐”(이정현 대표)

“대표니까 (그래도) 자제하는 것이다”(비박계 정병국 의원)

‘최순실 게이트’ 파문 수습을 위해 2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간담회는 지도부 사퇴를 놓고 계파 간 노골적인 언쟁이 벌어지면서 여권 내부의 난맥상만 드러낸 채 끝났다. 지도부 사퇴 압박을 받는 이정현 대표는 “부족한 당 대표를 도와달라”며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의는 이 대표가 이례적으로 언론에 끝까지 공개키로 해 절제된 발언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회의 분위기는 금세 달아 올랐고, 급기야 8ㆍ9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정병국 의원과 이정현 대표 간 얼굴을 붉히는 공개 설전이 벌어졌다.

정 의원이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 대표가 그동안 어떤 말을 했고 과거 무슨 일을 했고 이런 부분까지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이 대표는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거론을 해달라”며 “무슨 제가 도둑질을 해먹은 것처럼 오해 살 수 있는 발언은 공식석상에서 적절치 않다”고 발끈했다. 그는 “언론도 다 있으니 구체적으로 이정현이 뭘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얘기하라”고 다그쳤고, 정 의원이 “대표이기 때문에 제가 자제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치자, “자제하지 말고 말하라. 아니면 그 말을 취소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두 사람의 설전이 2~3분 간 이어지자 침묵을 지키던 김무성 전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갔다.

이어 회의 도중 개각 발표가 나오고, 정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지금 박 대통령이 총리 내정자를 발표했는데 사전에 아셨느냐”고 추궁하자 회의 분위기는 더 어수선해졌다. 이 대표가 “다음에 말씀 드리겠다”고 얼버무리자, 정 의원은 “이런 상황이면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회의가 아무 의미 없다”고 혀를 찼다.

이날 회의에선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와 이 대표를 두둔하는 친박계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12명의 발언자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비박계 김재경 의원은 “현 지도부가 야당하고 협상에 나선다면 진정성이 전달되겠냐”며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신상진ㆍ심재철 의원은 당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뜻을 받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30만 당원이 뽑은 당 대표인데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정갑윤 의원은 “당에 불이 났는데 불 끄려는 사람과 부채질하는 사람이 있다”며 “지도부 규탄하고 초·재선들이 연판장을 돌리게 하면 누가 앞으로 지도부를 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은 이날 불참했다. 양 계파와 거리를 두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친박, 비박 다 버리고 당의 모든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모이는 공식기구에서 수습책을 결정하길 요청한다”고 중재안을 내놓은 뒤 중간에 회의장을 떠났다.

이날 90분 가까이 중진 의원들의 발언을 들은 이 대표는 “우선 위기를 수습하고 수습 후에도 이런 주문을 한다면 그때 판단하겠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하지만 사퇴 주장에 반대 논리를 차분히 제시하기보다는 “제가 잠이 오는 약을 3배 먹어도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힘들다” “제가 부족하니 도움을 청한다” 등 감정 호소에만 치중해 참석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정병국, 주호영 의원 등을 거론하며 “낙선했지만 도와서 힘 보태겠다고 한 거 아니었나”고 발언했다가, 주 의원으로부터 “말씀을 좀 아껴서 했으면 좋겠다”는 항의를 받았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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