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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국 혼란만 키운 박 대통령의 일방적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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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국 혼란만 키운 박 대통령의 일방적 개각

입력
2016.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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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일 최순실씨 국정 개입 사태와 관련해 신임 국무총리에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정하고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 장관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청와대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며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줘 내치를 새 총리에게 맡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견상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인사를 기용하고, 내치를 총리에게 맡길 뜻을 밝힘에 따라 정치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일방적인 권한 행사로 인해 정치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불투명한 정치 상황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꼬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어 국민 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국정개입 의혹의 중심에 있어 국정 운영을 위한 도덕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상황에서 그간 정치권을 포함한 다수 여론은 사실상의 국정마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책임총리 도입을 촉구해 왔다. 이 비상 내각은 여야와의 협의를 통해 임명된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음은 물론이다. 헌법과 법 위반 혐의가 짙어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비상 시국에 내각이 국정 운영 동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적 요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적 요구인 국정 장악력 포기를 일축, ‘불통 개각’으로 치달음으로써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여소야대인 국회 의석 분포에 비추어 김 총리 후보의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가 극히 불투명하다. 야 3당은 당장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지금까지 책임총리, 거국내각을 거론하다가 야당과 한마디 상의나 사전통보도 없이 총리, 부총리, 장관을 바꾼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을 강경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지도부 교체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도 “대통령의 변함없는 불통만을 드러냈을 뿐”이라는 비주류 측의 혹평이 나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야당의 거부는 노무현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개각을 옹호했지만, 그동안 야당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여 온 거국중립내각 주장이 완전히 퇴색됐다는 인식을 갖지 못하니 딱하다. 더욱이 개각 발표 후 사회 각계의 하야ㆍ탄핵 목소리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개각이 소위 ‘난국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에 대한 이해 부족이 이만저만 심각하지 않다. 박 대통령의 불통 개각이 정국을 더욱 혼란에 빠뜨려 나라의 운명까지 벼랑 끝으로 몰아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지금 ‘대통령 리스크’가 국가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정치 위기까지 겹치면서 국민 불안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이 개각 인사를 재고하는 한편으로 정국 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국회와의 적극적 소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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