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ㆍ정ㆍ청 정책기능 전혀 작동 안 해… 내년 경제정책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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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ㆍ정ㆍ청 정책기능 전혀 작동 안 해… 내년 경제정책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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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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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제부총리 지명됐지만 야당 보이콧으로 물거품 될 수도

예결위는 예산안 심사보다 ‘최ㆍ차 예산’ 잡아내기 바빠

무역진흥회의 예정도 없고 조선업 조정ㆍ대출규제 손 못대

관료사회는 상실ㆍ위기감 팽배 “뭘 하든 국민들이 믿어 주겠나”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서재훈 기자·청와대사진기자단

요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지 그 방향과 세부 내용을 담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깊은 시름 중이다. 자고 일어나면 악화되는 경제를 추스를 카드들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국정이 꽉 막혀버린 상황에서 추진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제부처의 정책 담당자는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하는 데는 청와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경제정책방향을 마련하려면 장관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도 하고 사인도 받고 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을 거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으로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급격하게 상실함에 따라, 국정 운영의 난맥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정의 트로이카인 여당ㆍ정부ㆍ청와대(당정청)가 동시에 패닉에 빠지면서, 각종 국정과제를 이끌 동력은 사실상 고갈됐다. 청와대는 자기 앞가림에 바쁘고, 여당은 옮겨 붙은 불똥을 진화하느라 정신이 없으며, 공직사회를 다잡아야 할 장관들은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청와대가 2일 기습개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야 3당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멈춰 선 국정이 재가동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러는 사이 당장 응급처방이 필요한 한국경제의 상태는 점점 악화일로를 걷는 양상이다.

국정 트로이카, 당정청 마비되다

국정 난맥상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당정청의 정책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정청은 대통령 주요 정책을 입안ㆍ기획(정ㆍ청)하고, 여론을 반영해 법제화시켜(당), 이를 실행에 옮기는(정) 정권의 3대 축에 해당하지만, 집권 4년도 안 된 시점인 지금 이미 당정청의 기능은 아예 멈춰 선 상태다.

특히 청와대 정책라인의 붕괴가 심각하다. 청와대 전체가 최순실씨 의혹 및 국정쇄신안에 신경 쓰느라 정책에 눈 돌릴 틈이 없을뿐더러, 일괄사표를 받은 참모진에 대한 인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누가 적극적으로 총대를 메기도 어려운 처지다. 대통령발 스캔들 유탄을 고스란히 맞은 여당도 청와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여력이 없다. 당내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당이 정부가 밀고 있는 정책이나 법안에 힘을 보태줄 여유가 없다.

행정부, 특히 경제부처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날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임종룡 신임 부총리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경제팀의 ‘리더십 부재’가 어느 정도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분석이 나오지만, 기습 개각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크고 후보자 스스로 당분간 인사청문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국회의 개각 보이콧 때문에 업무공백이 장기화하거나 지명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등 변수가 발생하면, 경제팀 업무 마비는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료사회의 상실감

당정청이 저마다 이유로 제 기능을 못하면서, 중요 경제현안에 대한 대응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단 내년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예산안 심사보다 최순실 관련 이슈를 논의하느라 바쁘고, 국회는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최순실 예산’이나 ‘차은택 예산’을 잡아내는 데 공력을 허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특별히 공을 들이며 지금까지 열린 회의를 모두 직접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투자를 가로막는 현장 규제를 철폐하는 조치를 논의하지만, 올해 7월 10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언제 열리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라 우리도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며 “회의 여부, 주제, 시기 등이 전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권 후반부 민감 현안은 손 대지 않으려는 보신주의 역시 점점 더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인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구조조정은 다음 정부로 떠넘겨졌고, 가계부채 팽창을 막고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을 수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손대는 것 역시 꺼릴 수밖에 없다.

국정농단 파문이 일선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공무원의 사기와 업무태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 점도 국정 마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공식 직책도 없는 비선이 대통령을 사실상 조종하며 권력을 휘두른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관료사회의 상실감이나 위기감은 매우 크다.

특히 정책 담당 공무원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내놓을 각종 정책이 과연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껏 밤을 새 가며 힘들게 내놓았던 정책의 상당수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비선조직의 권력농단 또는 축재 수단으로 활용됐을 수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자, 공무원조차 정부 정책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 경제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정부 정책은 모름지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이번 사건으로 그 신뢰가 깨져 버렸다”며 “앞으로 뭘 하든지 과연 국민들이 믿어 주겠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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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된 국정, 무너지는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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