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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빚은 외교안보 정책들… 최순실이 손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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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빚은 외교안보 정책들… 최순실이 손댔나

입력
2016.10.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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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6자회담·사드 배치 등

느닷없고… 묵살하고… 돌발 발언

朴대통령, 부처들과 심한 엇박자

‘최순실 게이트’ 휘말려 의문 증폭

26일 청와대 본관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26일 청와대 본관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정책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드레스덴 연설문’을 비롯해 각종 외교안보 관련 자료를 보고 받았을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에도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그간의 정책이 도매금으로 불신의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정부 당국과 손발이 맞지 않은 경우가 잦아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고도의 판단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외교안보정책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자체만으로도 우리 정책의 국제적 신뢰도는 물론 북핵 대응력마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느닷 없었던 ‘6자 회담 무용론’

박 대통령이 올 1월 22일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6자 회담 무용론과 5자 회담을 제기했을 때 외교 안보라인은 적지 않은 혼선을 빚었다. 북핵 문제의 대화틀인 6자 회담을 5자 회담으로 대체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과의 조율을 거쳐야 하는 중대 제안이지만, 당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조차 박 대통령의 발언 뒤에야 이를 알았다고 했다.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몇 시간 뒤 곧바로 이 제안을 일축해 관련국과의 사전 조율이 없었던 제안이라는 게 금세 드러났다. 청와대는 당일 오후 늦게 “6자 회담 틀 속에서 5자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뒷수습에 진땀을 빼야 했다. 외교부 당국자들도 “6자 회담 틀 속에서 5자회담, 3자 회담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라며 외교적 파장을 축소하느라 애를 먹었다. 대통령의 중대 제안이 결국 ‘반나절 해프닝’ 수준으로 정리된 것이다. 당시 한 당국자는 “(기자들이 박 대통령 발언을) 잘 새겨 들었어야지…”라며 오히려 언론 탓을 하는 궤변을 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급작스러웠던 사드 배치 결정

올 7월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의 전격 발표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된다. 물론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 양국간 중대 협의 사안이어서 최씨의 비선모임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발표 시점을 두고서는 의문이 끊임 없이 제기돼 왔다.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됐던 터라, 중국을 고려해 G20 이후 발표될 것이란 게 일반적 예상이었다. 하지만 사드 배치 결정은 오히려 남중국해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7월 12일) 직전, 즉 중국을 더욱 자극하는 시점에 발표됐다. 당시 외교부가 황교안 국무총리 방중(6월 26~30일) 기간만은 피해야 한다며 일주일 가량이나마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 외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표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국방부가 사드 결정 발표를 밀어붙인 정황도 없었다. 국방부는 오히려 전격적인 발표에 스텝이 꼬였다. 정작 중요한 배치 지역 발표는 뒤로 미뤄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마다 반대 집회가 벌어지면서 전국을 들쑤시는 결과만 낳은 것이다. 더군다나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 우려를 불식시키는 준비 작업도 없이 덜컥 배치 결정 발표를 한 뒤에서야 미군 괌 기지에서 전자파 실험을 벌이는 호들갑을 떨어야 했다. 사전 준비 없는 전격적인 발표에 국방부도 혼선을 빚었던 것이다.

‘개성공단 잠정 중단’ 요구 묵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25일 공개된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거의 매일 30cm 가량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받았으며 비선모임을 운영해 개성공단 폐쇄 등의 정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황당 발언’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그의 발언을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황들이 있다.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발표 당시 정부 내에서 잡음이 흘러 나왔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개성공단 ‘잠정 중단’을 요구했으나 묵살 됐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한 정부 관계자는 “대북 지렛대의 마지막 카드는 남겨둬야 한다는 점에서 ‘잠정 중단’으로 가는 게 맞았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발사까지 도발한 상황에서 대북제재 조치카드로 개성공단 중단이 거론됐지만, 주무 부처가 원했던 것은 차후의 상황 변화에 대비할 ‘잠정 중단’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 조치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잠정 중단’이란 표현을 썼다가 말 실수라며 ‘전면 중단’으로 수정하는 해프닝을 빚었는데, 통일부 내의 논의 과정을 시사하는 한 단면이었다.

잇단 ‘북한 붕괴’ 와 탈북 권유 발언

올 들어 계속 수위가 올라간 박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도 정부 당국자들과 손발이 맞지 않은 경우다. 박 대통령은 올 2월 국회 대국민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고집하면)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며 정권 붕괴를 언급한 후 지속적으로 ‘체제 균열’이나 ‘자멸’까지 거론하며 북한 붕괴론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정부 정책이 붕괴론이 아니다”거나 “대통령 언급은 그런 뜻이 아니다”, “최대한 북한을 압박해서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것이다”는 등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낮추는 데 급급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은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주민을 향해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대량 탈북을 권유하는 발언까지 했다. 하지만 대량 탈북은 난민 문제를 발생시키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표방하는 정책이 전혀 아니다.

그간 외교가에선 외교 안보의 중요 정책이 박 대통령의 강경한 대북관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이 ‘북한 붕괴론’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여러 의견을 참고해 내린 결정으로 이해된 것이다. 현 정부 고위직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특정 인사의 자문을 받은 것은 아닐 것이다”며 “여러 자료를 읽고 내린 결정이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씨가 비선 모임을 운영해 정책까지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북한 붕괴론’의 출처가 새롭게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 기자 hermeet@hankookilbo.com

▶ 朴 대통령, 왜 전문가도 아닌 최순실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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