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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접촉 기밀도 보고 받아… “외교안보에도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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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접촉 기밀도 보고 받아… “외교안보에도 관여”

입력
2016.10.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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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특사단 인선까지 개입 정황

외교당국도 “할말 없다” 충격

최씨의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을 공개한 방송 화면. JTBC 방송화면 캡쳐
최씨의 사무실에 있던 PC에 저장된 파일들을 공개한 방송 화면. JTBC 방송화면 캡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시인한 연설문이나 홍보물 자문 뿐만 아니라, 대통령 의상에서 외교안보까지 국정 전반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씨가 박 대통령의 중요 대북 정책 연설인 ‘드레스덴 연설문’ 수정을 비롯해서 민감한 외교 현안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국가 신뢰도’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JTBC가 25일 공개한 일명 ‘최순실씨 파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2012년 12월 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만든 자료인 ‘독대 시나리오’가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박 당선인의 모두말씀과 질문, 마무리말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 남북이 어떤 접촉이 있는지’라는 질문 아래에는 ‘최근 북한 국방위와 3차례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기밀사항도 적혀 있었다.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북한 접촉 등의 기밀사항을 질문한 것인데, 그 참고 자료가 민간인인 최씨에게 넘어간 것이다. 독대 준비 자료가 넘어간 이상 실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 결과까지 최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 측 이동관 전 대변인은 “연설문을 미리 받아본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며 “이것까지 최씨가 받아 봤다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실제 2012년 12월에 이상철 당시 국방부 군비통제 차장이 북측과 세 차례 접촉을 가졌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MB 정부 임기 말기 북한과 접촉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최순실씨 PC’에는 외교안보와 관련된 파일이 적지 않아 최씨가 민감한 사안까지 보고 받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 ‘다보스포럼 특사 파견’, ‘중국 특사단 추천 의원’ ‘호주 총리 통화 참고자료’ 등 외교문서에 해당하는 파일이 이를 방증하다. 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2013년 1월 4일 당선인 신분으로 아베 총리의 특사단을 만났고, 1월 16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를 단장으로 중국 특사단을 파견했다. 새누리당 심윤조 조원진 당시 의원 등이 포함됐다. ‘중국 특사단 추천 의원’ 파일은 특사 후보 리스트 파일인 것으로 추정돼 최씨가 이 인선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외교당국이나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현 정부 안보 관련 부처의 한 당국자는 “(최씨가) 외교 현안에 관여한 게 사실이라면 너무 충격적이어서 할 말이 없다”고 당혹해 했다. 전 정부에서 외교안보 고위직을 맡았던 한 인사는 “이번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느닷없는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며 “그 일단이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대통령 인수위 활동에도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 PC’에는 ‘인수B’ ‘인수E’ 등의 디렉토리 제목이 있고 ‘인수위 엠블럼’ 등의 파일도 담겨 있다. 특히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평가’파일은 최씨가 인수위에서 이뤄졌던 정부조직개편 작업에 대한 보고도 받아 이에 관여했던 게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그간 대통령 의상 정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최씨가 연설문이나 홍보물 자문 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을 기획하며 대통령을 움직였던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현안까지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정체불명의 비전문가가 그야말로 국가기밀 사항까지 다루며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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