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분비학회 등 5개 학회 공동성명 발표
‘저탄수화물ㆍ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 식사가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학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저탄수화물ㆍ고지방식이 최근 열풍이 불면서 버터 품귀현상과 삼겹살 소비 증가로 이어지자 관련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한국영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 5개 전문학회는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는 탄수화물을 전체 칼로리의 5~10%정도로 줄이고 대신 지방 섭취를 7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말한다. (▶ ‘지방의 역설’, 과연 맞나?)
학회는 이런 식사가 장기적으로 체중감량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회는 성명에서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가 시행 초기 단기간 동안 체중감량 효과가 큰 이유는 조기 포만감을 유도해 식욕을 억제해 섭취량이 줄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극도의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를 지속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장기적으로는 체중감량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이어 “체중감량 효과 여부보다 더 큰 문제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를 장기간 지속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와 영양학적 문제”라며 “지방 중에서도 특히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정상적인 고지방식을 하면 다양한 음식 섭취가 어려워 미량 영양소의 불균형과 섬유소 섭취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과도한 지방 섭취와 섬유소 섭취 감소는 장내 미생물의 변화와 함께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우리 몸에 염증 반응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탄수화물 섭취가 극도로 제한돼 케톤산이 증가하면 우리 몸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근육과 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나치게 탄수화물을 줄이면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균형 잡힌 식단으로 적정 칼로리를 유지하는 것이 비만,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 예방과 관리에 필수적"이라며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보다 설탕, 과당 등 단순당 섭취가 문제"라고 말했다.
‘건강한 식단을 만들기 위한 실천사항’으로 ▦자기자신의 식사습관 파악 ▦몸에 좋지 않은 단순당과 포화지방 줄이기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환자는 식사 방법 선택 시 신중을 기하기를 제시했다.
학회는 “탄수화물 섭취는 65%를, 지방섭취는 30%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절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몸에 좋지 않은 단순당과 포화지방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특히 심장이나 콩팥이 나쁜 환자나 심한 당뇨병 환자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와 같이 한 가지 영양소에 편중된 식사법을 함부로 따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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