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6.10.04 04:00
수정 : 2016.10.04 04:55

‘지방의 역설’, 과연 맞나?

등록 : 2016.10.04 04:00
수정 : 2016.10.04 04:55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 단기적으로만 효과”

‘지방이 해롭다’는 상식을 뒤집고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감량을 하는 등 오히려 건강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은 몸에 해롭다’는 상식을 뒤집고 ‘저탄수화물ㆍ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 다이어트’가 오히려 체중 감량에 도움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단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된 니나 타이숄스의 ‘지방의 역설’(시대의창 발행)이다. 그는 9년여에 걸친 끈질긴 조사를 바탕으로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건강해진다’고 주장했다.

이는 1950년대 이후 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이나 비만, 암을 유발하는 ‘못된 음식’이라는 정설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타이숄스는 “육류나 달걀, 치즈, 우유를 배척할 필요가 없고, 이제부터 그 맛있는 음식을 죄책감없이 다시 식탁에 올려야 할 때”라며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책 번역자인 양준상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6년 전부터 매일 하루 한끼는 삼겹살을 먹고, 대신 밥은 하루 반 공기(50g)만 섭취해 체중을 13㎏(현재 5㎏) 감량했고, 10년 전부터 앓던 지방간ㆍ이상지질혈증ㆍ부정맥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과연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까? 대다수 비만 전문의들은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득보다 폐해가 많다”고 했다.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등 특정 영양성분만 집중적으로 먹는 다이어트는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많이 먹는 이른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가 각종 언론에 소개되면서 삼겹살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다이어트는 단기간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게 비만 전문의들의 대다수 의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저탄수화물ㆍ고지방 식사로 체중감량”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의 논리는 이렇다.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지방을 대체 에너지원으로 쓰게 돼 체지방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우리 몸이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이다. 그런데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체내 에너지원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다.

체내 에너지가 부족해진 몸은 대체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쓴다. 지방은 탄수화물이 소화된 포도당과 달리 해당과정을 뛰어 넘고 산화를 위해 미토콘드리아에 직접 들어가 ‘케톤’ 이라는 대사물질로 바뀐다. 케톤은 뇌와 골격근, 심장 등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체지방도 분해한다. 그 결과 체지방이 빠진다는 것이다.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는 또한 탄수화물을 적게 먹어 인슐린 분비가 많이 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분해한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몸은 지방을 소비하지 않아 비만과 지방간,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지방을 많이 먹는 ‘케톤 다이어트’는 1920년 어린이 간질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경련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이 케톤 다이어트가 체중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순환기내과 의사인 로버트 앳킨스 박사에 의해 밝혀졌고,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앳킨스 다이어트)로 발전했다.

이 같은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는 포만감을 더 잘 느끼게 해주고,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체중 감소에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이 다이어트 옹호자들은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이를 입증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툴레인 의대 리디아 바자노 교수팀이 성인 150명을 1년 간 고지방ㆍ저탄수화물군(지방 40% 이상)과 저지방ㆍ고탄수화물군(지방 30% 미만)으로 나눠 식사하게 한 결과, 고지방ㆍ저탄수화물 그룹이 평균 5.3㎏ 줄인 반면 저지방ㆍ고탄수화물군은 1.8㎏ 감량했다는 연구결과(2014년 9월 ‘미국내과학회보’)를 내세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특정 영양성분보다 균형된 식사가 중요”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다이어트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이 이미 판명됐다는 의견이 많다. 동재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는 미국에서 시행한 대규모 연구에서 미국 사람들조차 6개월 이상 지속하는 성공률이 50%대로 낮았다”며 “이 다이어트 후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 현상이 올 수 있고, 이를 반복하면 전보다 건강이나 비만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글라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볼 때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가 항상 체중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비만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처럼 한가지 방법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이승남 강남베스트클리닉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고기를 많이 먹고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앳킨스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많고 요요 현상이 많다고 드러났다”며 “매일 돼지고기 삼겹살만 먹고 살 빼면 당연히 영양불균형에 빠지고 면역력도 떨어져 결국 수명이 단축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자신이 있다면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를 평생 실천하길 바란다”며 “나도 비만 전문 의사이지만 이 다이어트는 절대 따라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균형된 식사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 예방을 위해서는 탄수화물(당질ㆍ55%), 단백질(15~20%), 지방(20~25%) 등 3대 영양소를 알맞게 분배해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탄수화물 등 특정 음식을 제한하거나, 지방 등 일정 영양성분만 계속 먹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름진 음식 섭취는 혈중 지질농도를 늘려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당뇨병,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소아ㆍ청소년의 경우 두뇌 발달에 지장이 생기고, 청ㆍ장년층에게는 뇌기능 저하, 능률 저하가 생기고, 노인은 인지기능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를 마치 지방과 탄수화물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저탄수화물ㆍ고지방 다이어트가 쉽지 않은데다 고지방식을 한다고 삼겹살 등을 잔뜩 먹어 총 칼로리를 늘리면 오히려 비만해질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섭취 영양소 중 탄수화물 비율을 60~70%에서 50%로 줄이고 지방을 더 먹는 균형된 식사가 필요하다”며 “특히 탄수화물을 먹을 때도 가공하지 않은 현미나 통곡밀 등을 먹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섭취 전체 칼로리 줄여야 비만 예방”

비만 예방을 위해 섭취하는 전체 칼로리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많이 먹는 대신 운동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콜라와 감자튀김이 들어 있는 햄버거 세트를 먹는다면 700~800㎉에 해당하는데, 이를 운동으로 소모하려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달리기를 한 시간 이상해야 소비된다. 이만큼 체중조절에 있어 음식량 조절이 중요하다.

비만 유형별로 각기 다른 다이어트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용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 유형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를 수 있어 개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살을 빼려고 무작정 고지방ㆍ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면 체중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고지방ㆍ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인슐린 저항성이나 대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내장지방형 환자에게는 도움될 수 있다”면서도 “젊은 여성 같은 체외 지방형은 호르몬 등 다른 영향도 고려해야 하고, 근육 감소형 비만이나 노인형 비만은 단백질 보충과 적절한 영양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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