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돌출발언과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결별’을 선언한 뒤 중국에 밀착했던 그는 25일 첫 일본 방문과 함께 중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발언을 내놓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일에 앞서 요미우리(讀賣)신문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못박았다. 지난 2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 언급을 보류한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그러면서 자신은 시 주석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신뢰하고 있다며 26일 아베 총리와 회담에서 “항행의 안전과 해양안전보장을 상당시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혀 남중국해를 주요 의제로 삼을 뜻을 피력했다.
교도(共同)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선 “우리의 연안 경비력은 제한돼 있고 필요한 함선이 없다”며 일본과의 방위협력 추진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중국과 관계를 구축해도 무역과 상업 면이다” “미국과 군사동맹이 유일한 동맹이다” “중국과의 군사동맹을 우려한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와 마약문제를 논의하고 일본측에 철도와 교량 등 인프라정비 협력을 촉구할 의향을 밝혔다. 반면 출국기자회견에선 “난 미국의 애완견이 아니다”고 다시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오후 도쿄에 도착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과 환영만찬을 한데 이어 26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두테르테의 고향인 민다나오섬 농업개발 지원에 50억엔(약 543억원) 차관공여를 제시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안정에 미국의 존재가 필수적이란 점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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