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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으로 취임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 5년 주기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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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으로 취임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 5년 주기로 반복

입력
2016.10.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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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임제 통해 장기집권 막고

평화적 정권교체 기여 불구

정부 바뀔 때마다 정책 오락가락

소선거구제 맞물려 정쟁 심화

행복추구권ㆍ환경권 등 담아

“기본권 향상에 기여” 평가도

사회 구성 다양화에 맞춰 소수자 권리 등 보완해야

1987년 9월 1일, 개헌을 위한 여야 8인정치회담이 타결돼 민정당 권익현(앞줄 왼쪽) 대표와 민주당 이중재(앞줄 오른쪽) 수석 대표가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민정당 윤길중, 최영철, 이한동의원, 민주당 이용희, 박용만, 김동영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7년 9월 1일, 개헌을 위한 여야 8인정치회담이 타결돼 민정당 권익현(앞줄 왼쪽) 대표와 민주당 이중재(앞줄 오른쪽) 수석 대표가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민정당 윤길중, 최영철, 이한동의원, 민주당 이용희, 박용만, 김동영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9차 개정 헌법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담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으로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87년 체제가 30년을 지나면서 정치적 부작용을 해소하고 시대상의 변화를 담는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87년 헌법’은 군부독재의 장기집권을 청산하자는 시대정신을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담고 있다.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국정감사, 경제민주화 조항 등의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 특히 대통령 단임제는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막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게 만든 요체였다.

하지만 5년을 주기로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 하면서 국가발전을 위한 장기과제의 실현을 요원하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단임제로 인해 대통령의 레임덕 문제가 조기에 대두돼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기가 불과 2~3년이라는 얘기도 많았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시작해 식물 대통령으로 끝난다”는 말처럼 정부의 롤러코스터식 국정운영 난맥상의 원인으로 5년 단임제가 지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같은 4년 중임 대통령제로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도 87년 헌법의 한계로 지적된다. 군부 독재시절 보다 대통령 권한이 약화되기는 했으나, 민주화로 인해 각계 각층의 요구가 분출되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게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대통령제가 소선거구제의 선거제도와 맞물려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를 배제시키고 양당간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중임제 개헌 여론과 별도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개헌론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권력 분점과 협치를 위한 새로운 권력구조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구조와 관련해서는 경제민주화 조항(제119조 2항)을 둘러싼 논의가 팽팽하다. 선언적 문구인 이를 구체화해 성장 주도형 패러다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국가 목표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시민적 권리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문구를 삭제해 시장경제 자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87년 헌법은 평등권과 함께 행복추구권ㆍ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ㆍ환경권 등을 담고 있어 시민의 기본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다양화한 사회와 시대 변화에 맞춰 소수자 권리보호 측면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헌법상 평등권은 ‘성별ㆍ종교ㆍ사회적 신분 등에 의해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언론자유를 위한 ‘국민의 알 권리’ ▦‘정보격차로 인한 차별 방지’등 디지털 시대의 정보인권과 소비자기본권 ▦‘성적 기호에 의해 차별 받지 않을 권리’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현행 헌법은 4조는 평화적 통일 정책을 규정하고 있긴 하지만, 이번 개헌 논의를 통해 통일시대를 대비한 법적 체계를 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컨대 87년 체제의 헌법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반영한 권리장전을 여야 합의에 의해 만들었다는 면에서 공(功)이 크다. 하지만 5년을 주기로 여야가 사생결단을 벌이는 대결과 정쟁을 조장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권력 구조를 고착화한 과(過)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사회구성의 다양화ㆍ세분화에 맞춘 기본권 보장을 통한 ‘포스트 87년 체제’ 논의가 활성화해야할 필요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개헌 논의가 정치권의 정략적 계산에서 벗어나 국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이유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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