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리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닥터 스트레인지(오른쪽)는 네팔에서 신비한 인물 에인전트 원을 만나며 유체이탈 등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외형만으로도 화려하다. TV드라마 ‘셜록’으로 두텁고 넓은 팬층을 형성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았고, 마블코믹스의 동명 원작을 밑그림 삼았다. 틸다 스윈튼과 레이철 매캐덤스, 매즈 미켈슨, 추이텔 에지오포 등 출연진도 빛난다. 할리우드의 신흥 강자 마블스튜디오가 새롭게 내놓은 ‘닥터 스트레인지’는 관객의 호기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국내 첫 선을 보인 ‘닥터 스트레인지’를 한국일보 기자들이 만났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제목 그대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스크린 중심에 선다. 타고난 지력과 판단력으로 빼어난 의술을 자랑하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손 신경이 다치면서 의사로서의 삶에 사형선고를 받는다. 손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그는 수련으로 건강한 몸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네팔 카트만두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영적 수도자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은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아리송한 말을 하며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초자연적 능력을 선보인다. 에인션트 원을 맹신하며 수련을 쌓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시공간을 조작해 영생의 삶을 살려는 악당 케실리우스(매즈 미켈슨)의 음모를 알게 된다. 빼어난 마법사 자질을 지닌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케실리우스 일당과 대적하게 되며 영화는 절정으로 향한다. 감독 스코트 데릭슨. 12세 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마블의 마법은 끝나지 않는다

마블의 지치지 않는 창의력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만화 속 캐릭터의 특징과 매력을 스크린에 최대한 펼쳐내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하는 마블의 장기가 빛난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선 지구를 배경으로 하다가 ‘토르’ 시리즈와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로 우주 공간까지 발을 넓힌 마블은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초자연과 다차원의 세계로 영토를 확장한다.

시공간이 해체된 뒤 새롭게 구성되는 여러 장면들이 매혹적이다. 4차원 공간으로 바뀐 런던과 뉴욕에서 펼쳐지는 액션과 추격은 새롭고 흥미롭다. 건물이 느닷없이 기울거나 고층 빌딩이 반으로 쪼개지는 장면, 시간이 되돌려지면서 파괴된 도시가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모습 등에 눈이 즐겁다.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인성도 매력적이다. 잘난 척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다 얼떨결에 영웅이 된 닥터 스트레인지는 언뜻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첨단과학 대신 정신력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마법을 발휘하며 스타크와 대별되는 개성을 구축한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2018년 개봉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합류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어벤져스 일행의 만남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허무결말도 이겨낸 황홀한 영상의 마법

마블의 영화는 이성이 아닌 감성과 상상력으로 봐야 한다. ‘왜’라는 이유를 붙이려 했다가는 영화 자체를 부인하게 되므로. 새롭게 탄생한 영웅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의학을 공부한 신경외과 의사지만 초자연의 세계를 접하고는 이성을 억누른다. ‘정신이 몸을 치유한다’는 믿음에 의심을 품는 의사를 마법사로 변신시킬 수 있는 건 분명 감성이 먼저다.

마블은 ‘이성이 강한’ 천재 신경외과 의사 스트레인지를 ‘셜록’의 베니(컴버배치의 애칭)에서 찾은 듯하다. 원작이야 어찌됐건 이 역할은 베니가 아니고서는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까칠하고 도도하고 거만하다.

에인션트 원을 만난 뒤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하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관객에게도 ‘그저 믿으라’며 황홀경의 세계로 인도한다. ‘어벤져스’ 캐릭터들이 최첨단 과학의 결정체라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동양사상의 초절정 정신세계를 짚으며 우아한 마법 속으로 관객을 몰아넣는다. 유체이탈과 차원이동, 염력 등 여러 차원의 세계를 넘나드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모험과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러나 무한세계에 과도하게 집중한 탓일까. 악을 물리치는 그의 방식이 허무개그를 연상시킬 정도로 단순해 헛웃음을 자아낸다. 만약 그조차도 염두에 둔 결말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위한 거대 예고편

상당히 인상적인 첫 등장이다. 마블에서 마법사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할리우드 영웅의 전형성을 벗어난 캐릭터라 생경하지만, 그만큼 신선도가 높다. 다차원 공간이동과 유체이탈, 현실조작, 염력 같은 초자연적 능력으로 구현된 비현실적 세상은 황홀경 그 자체다. 최첨단 거대도시가 조각조각 분절돼 각자의 궤도로 돌아가는 광경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본업이 의사라는 건 꽤나 의미심장하다. 생명을 다룬다는 건 곧 누군가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을 다룬다는 의미다. 신체를 지배하는 물질적 시간에 얽매어 있던 닥터 스트레인지가 관념적 시간을 주무르는 존재로 거듭난다는 상징적 설정을 통해 마블은 그들의 세계를 무한대로 확장한다. 내면의 힘과 자연의 법칙, 초의식, 정신과 영혼의 강화 같은 동양적 사고가 그 논리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에인션트 원을 통해 읊어지는 동양철학적 대사들은 어딘가 낯설고 기괴하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고 더 나아가 시간과 공간까지 지배한다고 설파하는데, ‘호랑이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식의 ‘정신승리법’처럼 느껴져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 정도이지 마블 세계관의 근본적 변화로 읽히진 않는다.

‘본격적’이라 부를 만한 사건이 없어 박진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내후년 개봉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위한 거대 예고편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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