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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성공무원의 결혼 기피

입력
2016.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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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옛 외무고시) 합격자의 70.7%가 여성이다. 여성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성적이 미달된 남성 3명이 추가 합격의 행운을 누렸다. 한쪽 성(性)의 합격률이 30% 미만일 때 해당 성의 응시자를 추가로 뽑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 덕분이다. 20년 전만 해도 여성공무원이 드물었다.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을 최소 20% 이상 뽑아야 한다는 여성채용목표제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지금은 여성 합격자 비율이 60%를 훌쩍 넘는다. 양성평등 제도가 없으면 남성 공무원 품귀 현상이 빚어질 판이다.

▦ 여성 대졸자 비율이 남성을 앞선 지 오래지만 취업률은 남성의 절반이다. 여성들이 오로지 성적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육아휴직 유연근무 등 모성보호 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직업이기도 하다. ‘4세 연하, 직업 공무원, 연봉 4,000만원.’ 미혼 남성들이 꼽는 최고의 신붓감이다. 그런데 여성공무원의 미혼 비율이 유독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방공무원 중 미혼 여성 비율은 32.2%로 남성의 두 배가 넘는다. 세종시의 미혼 여성공무원은 무려 41%다.

▦ “직장이 안정적이고 노후에도 연금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보장받기 때문에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 조사를 주관한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실제 젊은 여성 10명 중 7명은 결혼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10명 중 4명은 결혼해도 애를 갖지 않겠다고 한다. 예나 이제나 여성은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했다. 어머니, 아내, 과부로서의 삶이 고단하고 힘든 탓이다. “나만의 리듬에 맞춰 내 필요에 맞게 시간을 쓰는 행복에 비하면, 섹스 없이 살아야 하는 희생은 감내할 만했다.” 독신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애보트의 말이다.

▦ 오늘날의 젊은 여성에겐 일과 여가를 포기하며 출산ㆍ육아의 고통을 견딜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출산ㆍ육아’ 하면 압도적 다수가 ‘힘들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현실에서 돈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저출산 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여성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게 남성 교육이다. 전국 곳곳에 아빠학교를 만들어 육아법과 요리를 가르쳐야 한다. 결혼하고 애를 낳아도 여성의 취미와 사교와 우정이 지켜진다면, 굳이 결혼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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