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들어오면 신발에 흙이 묻어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신발의 흙을 ‘떨고’ 들어가야 할까, ‘털고’ 들어가야 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떨다’가 맞다. 그런데 우리말은 참 미묘해서, 흙을 떼어 내려면 신발을 치거나 흔들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신발을 털다’라고 해야 한다. 그러니까 신발을 ‘털어서’ 흙을 ‘떠는’ 것이다.
이와 같이 ‘떨다’와 ‘털다’는 무엇이 대상인지에 따라서 구별해서 써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떨다’는 붙어 있는 것을 쳐서 떼어 내는 것이고, ‘털다’는 붙어 있는 것이 떨어지게 흔들거나 치는 행위이다. 즉 옷에 묻은 먼지, 눈, 재 따위를 ‘떨다’라고 하고, 먼지, 눈, 재 따위가 묻은 옷을 ‘털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먼지떨이’와 ‘신발털이’는 구별된다. ‘먼지떨이’는 벽이나 창틀의 먼지를 ‘떨어’내는 물건이고, 신발털이는 신발을 ‘털어’ 주는 물건이다. 흔히 ‘재떨이’인지, ‘재털이’인지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제 ‘재떨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떨다’ ‘털다’가 그리 엄격하게 구분되어 쓰이는 것 같지는 않다. 흔히 “머리의 눈 좀 털어라” “바지의 먼지 좀 털어라”처럼 ‘떨다’라고 할 것을 ‘털다’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학자에 따라서는 두 단어의 쓰임을 달리 설명하기도 한다. 그 중 눈에 띄는 견해로는 ‘털다’는 흩어져 날리는 대상에 쓴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옷에 붙은 먼지, 눈, 재 따위는 ‘터는’ 것이 된다. 이러한 설명은 위 국어사전의 뜻풀이와는 꽤 다르다.
물론 ‘떨다’와 ‘털다’는 사전적 의미에 따라 정확히 구별해서 써야 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그러한 구별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화자들의 실제 쓰임에 따라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재검토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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