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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시스템부터 리콜하라”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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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콜 시스템부터 리콜하라” 목소리 커져

입력
2016.10.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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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독립 규제기관

조사ㆍ리콜 명령 등 권한 막강

우린 제품 위해성 확인 후에야

정부가 리콜조치 내릴 수 있어

안전관리 단계별 주관기관도 달라

전문가들 “소보원 위상 높이고

리콜 권한까지 부여해야”

기내에서 발화한 갤럭시 노트7. 피해자인 브라이언 그린이 미국의 인터넷 언론에 제보한 사진이다.
기내에서 발화한 갤럭시 노트7. 피해자인 브라이언 그린이 미국의 인터넷 언론에 제보한 사진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리콜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아 리콜 과정에서 더 큰 혼란이 빚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갤럭시노트7 발화(發火) 이후 미국 당국은 발 빠르게 사용중지 권고와 리콜을 발표한 반면 한국은 늘 뒷북이었다. 리콜 시스템부터 리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소비자 안전 책임 기관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가 발생한 뒤 한미 양국의 대응 속도와 방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8월 19일 갤럭시노트7 출시 후 유사한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9월 9일 곧 바로 소비자들에게 사용중지를 권고했다. 이어 15일에는 삼성과 협의해 공식 리콜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은 삼성전자가 9월 2일 제품을 회수ㆍ교환(리콜)하겠다고 발표한 지 20일이 지난 9월22일에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삼성전자의 리콜 계획을 승인했다. 더구나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용중지 권고가 내려진 것은 리콜 계획을 승인한 지 보름이 훨씬 지난 뒤(10월11일)였다.

삼성이 교환해 준 새 기기의 발화 사고도 미 CPSC와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6일 조사에 착수했다. 8일부터는 미국 통신사들이 기기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지난 10일 삼성 협력사를 인용한 언론 보도를 통해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소식을 접해야 했다. 심지어 이날도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은 갤럭시노트7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

이러한 차이는 양국 규제 기관의 위상과 권한이 다른 데에 기인한다. 미 CPSC는 대통령직속 독립 연방 규제기관이다. 520명의 직원이 제품안전정책 수립과 위해정보 수집 및 분석, 제품 시험, 리콜 등 모든 소비자 관련 제품의 안전 업무를 총괄한다. 리콜도 업체가 자발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우선 업체가 제품 위해성을 CPSC에 신고하면 CPSC는 자체적으로 조사하거나 기업과 협의한 뒤 리콜을 명령한다.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지난달 2일 미국 정부와 합의하지 않은 삼성의 리콜 방침 발표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CPSC는 리콜 명령을 내리기 전에라도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번처럼 선제적으로 사용 중지 권고를 내리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제품의 위해성이나 원인 등이 확인된 뒤에야 비로소 정부가 리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위해성과 사고 원인을 확인하기 전에는 업체의 자발적 리콜만 가능하다. 그러나 업체 스스로 제출하는 리콜 계획인 만큼 소비자 기대엔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이번 삼성전자의 리콜도 정부의 지적에 따라 보완작업을 거친 뒤 승인됐다.

우리나라는 제품 안전관리 단계별로 주관 기관도 각각 다르다. 위해정보 수집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등이 담당하고, 시장 출시 후 제품 안전관리는 국가기술표준원이 맡는다. 특히 국표원은 신고 제품을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안전조사센터와 시험인증기관 등에 조사를 맡긴다. 국표원은 갤럭시노트7의 사고 원인 조사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의뢰한 상태다. 이처럼 법의 사각 지대가 존재하는데다 절차도 복잡해 선제적 대응이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업체가 리콜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미국은 5년 이하의 징역과 건당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의 벌금 등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반복적으로 어길 경우에는 총 1,500만 달러(한화 168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가중 처벌조항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적 책임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가중처벌 조항도 없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보호원을 미국 CPSC처럼 어느 부처에도 소속돼 있지 않아 전적으로 소비자 안전과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의 독립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을 지원하는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진 리콜 권한도 소비자보호원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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