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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학과 첨단과학의 만남

입력
2016.10.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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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침, 나노기술로 큰 효과

기존 제품보다 치료효과 향상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

나노기술로 다공성 한방침 개발

대구한의대와 공동연구 성과

작은 침으로 대침 시침 효과

기존 침보다 치료효과가 높은 다공성 한방침을 개발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인수일 교수.
기존 침보다 치료효과가 높은 다공성 한방침을 개발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인수일 교수.

전통 침에 나노기술을 접목, 시침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공성 한방침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DGIST) 인수일 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교수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 침은 나노공법으로 침 표면에 수많은 미세구멍을 만들어 표면적을 20배 가량 넓힌 것으로, 통증이 작은 일반 한방침으로도 큰 침을 놓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대구한의대 중독제어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인수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다공성 한방침은 전기화학적인 나노공법을 적용, 침 표면에 나노미터급에서 마이크로미터급에 이르는 무수히 많은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표면적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같은 크기의 한방침과 비교하면 표면적이 20배나 돼 침을 놓을 때 느끼는 통증은 기존 한방침과 비슷하지만 효과는 대침이나 장침을 놓는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전기생리학적 실험에서 ‘신문혈 자극에 의한 척수후각신경신호 전달’에 있어서 다공성침이 일반 한방침 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알코올이나 코카인 중독성 치료에 있어 효능이 월등했다.

디지스트는 이번에 개발한 다공성 침 제작 기술에 대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유업 등 주요 국가에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인수일 교수는 “나노기술은 태양전지나 양자컴퓨터, 디스플레이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켜왔다”며 “동양의학에 접목한 이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동양의학의 과학적 대중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양재하 대구한의대 중독제어연구센터장도 “서양의학엔 나노과학이 진단에서 치료까지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지만 통양의학, 특히 침 분야에선 극히 드문 사례”라며 “나노과학의 불모지 동양의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지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다음은 인수일 교수 연구팀과 일문일답

-기존 한방침과 다른 점은.

“기존 침은 시침할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가늘고 매끄럽게 돼 있다. 다공성 한방침은 나노기술을 활용해 가늘면서도 표면적이 대침처럼 넓게 한 것이 특징이다. 동물실험을 통해 다공성 침이 신경신호 전달 및 중독성 치료에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어디에 쓸 수 있나.

“학문적으로 침 치료에 따른 생체 내 생물학적 기전 및 신호전달 경로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실용화, 언제쯤 가능한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 특허를 출원했다. 기술이전을 위한 시제품도 완성단계다. 독성시험도 끝났고 임상시험만 남겨두고 있다.”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동물실험에선 효과가 입증됐지만 기술이전과 함께 임상시험을 통해 기능과 효능을 면밀히 검증해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연구계기는.

“우리가 서양보다 잘 하는 분야 중의 하나가 한의학이다. 한약을 잘 연구하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한방침도 나노기술을 적용하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은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연구의의는.

“동양의학은 서양의학에 비해 과학적 연구가 미진한 것 같다. 집중 연구한다면 이 분야에서 노벨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목표는.

“나노기술을 적용한 침의 소재와 구조, 기능 등에 대한 연구는 블루오션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방침의 기전을 이해하고 규명함으로써 동양의학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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