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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든 디자인ㆍ신기술, 소비자 마음만 쏙 비켜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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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든 디자인ㆍ신기술, 소비자 마음만 쏙 비켜갔네

입력
2016.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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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라이프)현대자동차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서면서 저조한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 제공
오토라이프)현대자동차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 서면서 저조한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 제공
국내에서는 생소한 왜건형 모델인 현대차 i40는 높은 실용성에도 중형차와 비슷한 가격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국내에서는 생소한 왜건형 모델인 현대차 i40는 높은 실용성에도 중형차와 비슷한 가격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오토라이프)현대차의 3도어 형태 해치백 벨로스터는 파격적인 디자인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현대차 제공
오토라이프)현대차의 3도어 형태 해치백 벨로스터는 파격적인 디자인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현대차 제공

틈새공략ㆍ시장개척ㆍ새 디자인…

저마다 무기 품고 내놓은 신차들

애매한 체급ㆍ낯선 차종ㆍ거부감…

月 수십대 밖에 안 팔리기도

“다양한 소비자 취향 대응 의의”

변속기ㆍ외장 바꾸고 반전 꿈꿔

평균 개발 비용 3,000억원과 3년 안팎의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는 신차들은 각 완성차 업체의 기술과 노력의 결정체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한 시장분석과 혁신을 더해도 유독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차들이 있다. 애매한 브랜드 위치와 낮은 시장성, 디자인 등 안 팔리는 차들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세단 아슬란은 애매한 차급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아슬란은 현대차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대형차 그랜저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사이 틈새 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그랜저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정체성이 모호해진 반면 가격은 그랜저에 비해 1,000만원 가량 높게 설정되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웠다. 2014년 10월 아슬란을 출시한 현대차는 이듬해 판매 목표를 2만2,000대로 잡았지만 3분의 1 수준인 8,629대를 파는 데 그쳤다. 올해는 판매가 더 떨어져 지난달까지 겨우 1,364대가 팔렸다. 꾸준히 단종설이 흘러 나온 아슬란은 지난달 8단 전륜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연식변경 모델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최고급 세단인 K9 역시 같은 처지다. 5,2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제작된 K9은 ‘중형차 가격의 고급차’라는 전략으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포진한 고급차 시장을 노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브랜드 파워로 고급차라는 인식을 주지 못했고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가 등장한 후에는 힘이 더 빠지는 형국이다. 올해는 월평균 218대, 지난달까지 총 1,965대를 파는데 그쳤다.

국내에 무르익지 않은 시장을 개척하려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현대차의 i30와 i40는 각각 국내 불모지인 해치백(뒤에 위아래로 열리는 문이 달린 차)과 왜건(지붕이 뒤쪽까지 수평으로 뻗어 짐칸이 넓은 차)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지만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실용적이지만 중형 세단과 비슷한 크기에 가격은 더 비싸면서 수요를 끌지 못하고 있다. 두 차 모두 월평균 120여대가 팔리는 수준이다. 그나마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시장에서는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량은 적지만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다가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수입차 중 해치백 모델인 BMW 액티브 투어러나 메르세데스-벤츠의 B클래스 모델도 월평균 판매량이 50~60대에 머물면서 고전하고 있다.

유난히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고객의 특성 탓에 소형차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현대차 엑센트는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으로 상반기 러시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기록될 만큼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소형차에 대한 편견과 경차와 달리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성적이 신통치 않다. 엑센트는 지난해 월평균 1,500여대 판매되던 것이 올해는 1,100여대로 낮아졌다. 한국지엠(GM)의 소형차 아베오 역시 월 판매량이 100여대에 그치고 있다.

차량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디자인에서 실패를 본 경우도 있다. 2011년 등장한 벨로스터는 문이 운전석쪽 1개, 조수석쪽 2개의 비대칭형 3도어 해치백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오히려 강렬한 디자인이 주는 부담감과 3도어가 다소 불편하다는 후기가 이어지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벨로스터는 출시 첫 해인 2011년 1만946대가 판매됐지만 매년 절반 가량 판매량이 감소하며 지난해는 1,360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달에는 겨우 25대를 팔았다.

2013년 3월 출시된 한국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는 당시 소형 SUV라는 새로운 차종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트랙스는 지난해 1만2,727대가 판매됐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경쟁 모델 르노삼성의 QM3는 같은 해 2만4,560대,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는 4배 가량인 4만5,021대가 팔렸다. 젊은 층이 주 고객인 소형SUV 시장에서 QM3와 티볼리 모두 세련된 디자인과 독특한 색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트랙스는 상대적으로 투박한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 탓에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뒤로 밀려난 것이다. 한국GM은 오는 17일 부분변경 모델 더 뉴 트랙스를 출시해 반전을 노린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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