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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수십대 침수될 때… 지자체는 안전처에 대피문자 발송 요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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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수십대 침수될 때… 지자체는 안전처에 대피문자 발송 요청 중

입력
2016.10.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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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경보시스템

공무원들 ‘先 보고 後 조치’ 관행

심각성 인지 못하고 안일한 대응

해안 대피방송도 4시간에 3회뿐

주민들 안전불감증

바닷물 들이친 부산 ‘마린시티’

조망권·이용 편의 확보하려고

3.4m 설계 방수벽 1.2m로 낮춰

6일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종합시장과 인근 상가의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을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6일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울산 중구 태화동 태화종합시장과 인근 상가의 주민들이 물에 젖은 물건을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22년 만에 내륙에 상륙한, 그것도 이례적인 10월 태풍 앞에 한반도는 무력했다.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도 제18호 태풍 ‘차바’가 매섭게 할퀴고 간 자리엔 시민들의 안전불감증, 행정조직의 안일한 대처와 보고 중심 체계, 경보시스템 미비라는 폐허보다 더한 숙제가 남았다.

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상청은 태풍 발생 다음날(지난달 29일)부터 지속적으로 피해 가능성을 예보해 왔다. 태풍 경로 분석에서 70% 확률로 제주도와 남해안이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점쳤고, 3일 오후에는 태풍이 5일 새벽 제주도 부근으로 진출한다고 비교적 제대로 전망했다. 상륙 전날인 4일에도 남부와 제주도에 초속 35m 이상 강풍이 불며 시간당 30㎜ 이상 폭우가 내리기 때문에 시설물 관리와 수해 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태풍은 1994년 태풍 ‘쎄쓰’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에 상륙했다.

그러나 1차적으로 자연재해에 대비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부산시의 사전조치 미흡이 대표적이다. 고급주상복합단지가 밀집한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5일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월파) 피해를 입었다. 2012년에 이어 4년 만이다. 마린시티 해안도로에 파도가 밀려든 시간은 5일 오전 10시쯤이었지만 마린시티1로에 교통이 통제된 시간은 월파가 이미 진행된 오전 10시15분이었다.

파도를 막지 못한 방수벽(반파공)은 안전불감증과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이다. 마린시티 일대 해안도로 780m 구간에는 해수면으로부터 높이 5.1m의 방파제와 그 위에 높이 1.2m의 방수벽이 세워져 있다. 2010년 ‘마린시티 해안방제사업 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방수벽의 높이를 3.4m로 제안했지만 해운대구는 조망권과 이용성 확보를 위해 1.2m로 잠정 결정했다. 이마저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2012년 3차례 입주자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방수벽 높이를 0.5~0.8m로 낮춰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했다. 그나마도 그 해 두 차례나 태풍(볼라벤과 산바)으로 인한 침수 사태가 발생하자 현재 높이로 정한 것이다.

허술한 경보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에 따르면 5일 해안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한 대피방송은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 전까지 3차례에 그쳤고, 그마저도 인근에 설치된 스피커는 1대에 불과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태풍은 예측과 경보시스템 가동이 중요한데 현재 예보는 위험을 예측해 미리 알려준다기보다 실황을 중계하는 듯한 느낌”이라며 “기상정보를 기상청이 독점하지 말고 민간에도 공유해 다양한 예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先)보고 후(後)조치’ 관행에 빠진 관료주의도 발 빠른 대처를 막는 걸림돌로 지적됐다. 실제로 5일 오전 울산 태화강 인근에서 주차 차량 90여대가 침수됐지만, 지자체와 지역재난본부는 그 촉박한 시간에 국민안전처에 대피문자 발송을 요청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정거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예산에 구애 받지 않고 재량에 따라 재난재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재정 독립성을 키우고 관할 지역의 통신체계를 정비해 ‘선조치 후보고’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이 본격 한반도 남해상을 지나며 피해를 입힌 5일 낮 12시에는 기상청 홈페이지가 이용자 수 폭증으로 10분간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기상청 홈페이지는 지난달 경주 5.8 지진 때도 일시적으로 먹통이 돼 불편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접속이 증가해도 사용이 원활하도록 접속을 지연시키는 고(高)용량 이미지 파일 등을 과감히 줄이는 등의 보완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k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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