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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파문 아랑곳없이… 디젤차 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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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파문 아랑곳없이… 디젤차 건재

입력
2016.10.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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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 사건에도

상반기에만 512만대 판매

도요타 제치고 선두 탈환

‘클린 디젤’ 신화 무너졌지만

저유가로 연료비 부담 없고

높은 토크와 고연비 강점에

판매량 유지… 신모델도 봇물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시작된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로 확산된 지 1년이 지났다. 디젤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며 ‘깨끗한(클린) 디젤’ 신화는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일각에서 예상했던 디젤차 수요의 급격한 감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올해도 디젤차는 끊임없이 출시됐고, 판매량도 건재한 상태다.

올해 출시된 국산 디젤차인 르노삼성자동차 QM6(맨 왼쪽), 쌍용자동차 티볼리 에어(가운데), 기아자동차 모하비 유로6 모델. 각 사 제공
올해 출시된 국산 디젤차인 르노삼성자동차 QM6(맨 왼쪽), 쌍용자동차 티볼리 에어(가운데), 기아자동차 모하비 유로6 모델. 각 사 제공

폭스바겐 파문일 뿐 ‘디젤 몰락’ 아냐

2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개별소비세가 한시적으로 인하된 상반기(1~6월) 신규 등록 승용차 중 가솔린차(38만3,643대)는 지난해(33만7,922대)보다 13.5% 늘었다. 비중도 45.6%에서 47.3%로 상승했다.

그렇다고 디젤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승용차 중 비중이 조금 감소(43.4%→41.5%)했을 뿐 디젤차도 지난해(32만1,172대) 대비 4.9% 증가한 33만6,896대가 팔렸다.

엔진과 모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차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과 기아자동차 ‘니로’, 도요타 4세대 ‘프리우스’ 등 신차 출시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60%나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승용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미미하다.

수입차만 놓고 보면 1~8월 디젤차 판매량은 9만2,6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9,502대)에 비해 1만6,876대(15.4%) 줄었다. 신규 등록 수입차 중 디젤차 비중도 지난해 1∼8월 69.0%에서 올해는 62.4%로 6.6%포인트 낮아졌다. 국산 디젤차보다는 수입 디젤차가 받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배출가스와 인증 서류 등을 조작한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 판매량 감소를 감안하면 수입 디젤차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월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순위 역시 지난해나 올해 큰 변화가 없다. 상위권은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메르세데스-벤츠 ‘E220d’, BMW ‘320d’ 등 계속 디젤차들이 차지했다.

폭스바겐 사태의 후폭풍으로 올해 디젤차 인증 기간이 길어졌는데도 신형 모델은 꾸준히 시장에 나왔다. 1월 기아자동차 ‘올 뉴 K7’ 2.2 디젤과 르노삼성자동차 ‘SM3 dCi’를 필두로 20종 이상의 디젤차가 쏟아졌다. 특히 지난달에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과 볼보 ‘더 뉴 S90 D5’, 르노삼성 ‘QM6’ 등 6종의 신형 디젤차가 등장해 소비자를 유혹했다.

차를 구매하는 성향도 바뀌지 않았다. SK엔카닷컴이 지난달 초 성인남녀 1,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료 종류별 선호도 조사에서는 디젤이 35.4%로 1위였다. 이어 가솔린(29.4%)과 하이브리드(22.8%) 순이었다.

세계적으로도 폭스바겐은 상반기 512만대를 판매해 도요타(499만대)를 누르고 판매 1위에 복귀했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과 차 판매량이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출시된 수입 디젤차 재규어 F페이스(맨 왼쪽), 피아트 500X(가운데), BMW 뉴 740d. 각 사 제공
올해 출시된 수입 디젤차 재규어 F페이스(맨 왼쪽), 피아트 500X(가운데), BMW 뉴 740d. 각 사 제공

디젤차 위축 됐어도 급격한 변화는 없다

세계적으로 디젤차의 위세가 좀체 꺾이지 않는 것은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 개발 주기와도 맞물려 있다. 보통 업체들은 5~7년마다 엔진까지 싹 바꾸는 차량 완전변경을 진행한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새로 개발한 엔진을 가능한 많은 차종에 얹는다. 현대ㆍ기아자동차의 R2.2 디젤 엔진이 ‘싼타페’ ‘쏘렌토’ ‘K7 디젤’ 등에 두루 쓰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가 터졌어도 업체들이 수천억 원을 들여 수년 전부터 준비해 온 디젤차들을 모두 버리고, 당장 친환경차를 내놓기는 어려운 구조다.

배출가스 문제만 없다면 적은 배기량으로 높은 회전력(토크)과 고연비를 뽑아낼 수 있는 디젤 엔진의 강점은 여전하다. 보다 강한 힘이 요구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지만 가솔린 엔진이나 하이브리드 방식으로는 SUV의 기존 디젤 엔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디젤차와 비교하면 하이브리드차는 힘이 떨어지는 데다 연비도 특출하지 않다”며 “디젤차가 위축은 됐어도 단 기간에 급격히 쇠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저유가도 디젤차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부담 없는 연료비는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로 돌아서기 힘들게 만들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차종이 웬만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큼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디젤차의 위세가 이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지비가 적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한 디젤차는 앞으로도 10년은 건재할 것”이라며 “친환경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신차 구입시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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