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혐의 부인 등 반성 없어”
일부 유족들 법정서 오열ㆍ비난
금품을 수수하고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에 유리한 가습기 살균제 실험보고서를 제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수의학과 조모(56) 교수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남성민)는 29일 조 교수에게 “누락된 안전성 실험 데이터가 담긴 보고서가 (옥시의) 형사사건에 증거로 쓰일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라도 알고도 용인했다”며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내 독성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지만 본분을 저버리고 뇌물을 받고 연구윤리를 위반하며 옥시 측에 불리한 실험결과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부정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잘못된 보고서로 인해 진상규명이 지연됐고 피해가 발생한 이유를 몰라서 자책하던 사람들이 더욱 고통을 받았지만, 조 교수는 제자에게 진술 번복을 회유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에서조차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조 교수는 2011년 9월 옥시와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맺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 평가’연구용역 책임자로 지정된 뒤 옥시 측으로부터 뒷돈 1,200만원을 받고 이듬해 4월 흡입독성실험에서 피해자들에게 발견된 간질성 폐렴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수뢰후부정처사 및 증거위조)를 받았다. 옥시는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자, 이를 뒤집어 보려고 조 교수에게 보고서 작성을 맡겼다.
재판부는 또 조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실험과는 무관한 실험재료를 구입하면서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총 5,200만원의 연구비를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도 유죄로 인정했다.
유족들은 법정에서 “겨우 징역 2년 선고가 말이 되느냐”며 오열했다. 조 교수는 피해자들로부터 모진 비난을 듣자 유족들을 쳐다본 뒤 말 없이 법정을 빠져 나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