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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영장 기각…남은 과제는

입력
2016.09.29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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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 영장이 29일 새벽 법원으로부터 기각되면서 롯데그룹은 일단 한 숨을 돌리게 됐다. 그룹의 실질적 오너인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될 경우, 예상됐던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법정 구속을 면했지만 법원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까지도 롯데그룹 안팎에선 극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지난 주 신 회장의 소환 조사 이후, 장고에 들어갔던 검찰이 당초 기대와 달리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불안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신 회장 역시 이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선 전날 저녁 늦게까지 그룹내 법무팀원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소명 내용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원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한 회사측의 노력을 받아들여 내린 현명한 결정을 존중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났지만 신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산적하다. 당장, 100일 넘게 진행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사실상 멈춰 섰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 우선, 검찰의 이번 수사와 함께 어수선했던 그룹내 조직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실질적인 살림을 책임졌던 고 이인원 부회장의 후임 물색은 물론 주요 계열사 대표들까지 연루되면서 일시 정지됐던 현안들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실제로 사정 당국의 대대적인 수사와 맞물려 쇼핑과 백화점, 마트, 케미칼, 제과, 물산 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대부분 출국 금지되거나 구속, 정상적인 경영에선 이탈한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조사 시작과 함께 신 회장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출국 금지를 당하면서 예정됐던 많은 사업들이 중단된 게 사실이다”며 “사업을 다시 이어가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이나 그룹의 주요 사업인 서울 시내 면세점 재입성과 검찰 수사와 연관되면서 중단됐던 미국 석유화학 업체 엑시올의 3조원대 인수 등도 마무리해야 할 굵직한 프로젝트들이다. 계열사는 물론 그룹 인사와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도 남겨진 시작해야 할 숙제다.

일각에선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빠져 나온 만큼, 법원의 이번 결정이 신 회장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진행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부터 껄끄럽게 지적됐던 배임 및 횡령 의혹이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희석될 수 있게 됐다는 평가에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신 회장에게도 찝찝했던 배임, 횡령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을 1차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된 부분도 긍정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롯데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 지분(19.04%)를 보유한 곳으로,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 유지는 롯데그룹 경영권과 직결돼 있다는 이야기이다. 법정 구속될 경우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나야 하는 일본 기업 문화 특성상 신 회장이 구속됐다면 영향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신 전 부회장에게 또 다시 경영권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빌미까지 제공하면서 롯데그룹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이런 걱정에서 벗어난 신 회장은 오히려 한ㆍ일 롯데그룹의 확실한 ‘원톱 리더’로서의 자리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다시 한번 재도약의 기회를 얻게 됐다”며 “그 동안 흐트러졌던 조직을 추스르고 재정비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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