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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동결 협상’부상에 한국 주도권 잃고 소외 우려

입력
2016.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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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차기 정부서 정책 채택 땐 중국도 호응할 가능성 높아

윤병세(왼쪽부터)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리엇 이스트 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북핵 회담 직후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윤병세(왼쪽부터)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리엇 이스트 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북핵 회담 직후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미국 외교협회(CFR)가 북한 비핵화의 중간 단계로 ‘핵동결 협상’과 이를 위한 조건 없는 비공식 대북 접촉 등을 권고하는 내용의 대북 특별보고서를 내면서 제재 일변도로 치달아온 우리 정부도 대화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차기 정부가 전향적인 협상에 나설 경우, 우리 정부는 대북 주도권을 잃고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미국 차기 정부는 ‘상황관리’ 차원에서라도 대북 정책 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 차기 정부가 CFR 보고서의 제안처럼 정책 방향을 틀 경우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소외되는 심각한 문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소수 비주류 인사들이 내던 북한과의 대화 요구 목소리를 권위를 가진 외교협회에서 냈다는 데 주목한다”며 “미국 내부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 수정을 권고한 CFR 보고서 의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대북 정책에 관한 한국의 목소리를 크게 반영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정책 변화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실상 북한 체제 붕괴를 목표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정책 변화를 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에 중국이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 우리 정부가 마지 못해 대화 국면에 끌려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2월 왕이(王毅) 중국 외무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논의하는 병행론을 제시하는 등 중국은 대화 재개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특히 CFR의 제안이 당장의 핵 폐기가 아닌 ‘핵동결’을 위한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핵실험이 필요 없는 북한으로선 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대북 강경론을 폈던 김영삼 정부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와 북한간 북미 대화에서 소외됐던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대선을 계기로 한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북한의 수해를 계기로 한 적십자 차원의 인도적 지원 등으로 꽉 막힌 남북 관계에 숨통 하나 정도 만들어 놓는 것이 현명한 대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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