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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트로 자리 지켜온 서울대 의과대학

입력
2016.09.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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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대학로라는 도로가 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문화지구의 중심도로다. 적어도 필자가 대학을 다녔던 1980년대에는 서울에서 가장 젊은 거리였다. 대학생들이 유일하게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곳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대학로라는 이름이 붙여진 줄 알았다. 그런데 대학로라는 이름이 젊은이가 아닌 이곳의 터줏대감이었던 경성제국대학, 지금의 서울대학교가 위치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이 땅에는 대학이 하나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연희전문과 보성전문을 비롯한 각종 전문학교가 대학으로 승격되기 전까지 서울대학이 유일한 대학이었다. 바로 그 역사가 거리의 이름으로 남았다.

관행적으로 대학로로 불리던 도로 이름이 공식적인 도로 이름이 된 것은 1966년이었다. 1975년 서울대 법문학부가 관악으로 옮겨간 후, 동숭동 일대가 아파트단지로 바뀔 뻔 했지만, 졸업생과 건축가 김수근의 노력으로 아파트 대신 미술관과 공연장 그리고 단독주택지로 바뀌었다. 그 한복판에 마로니에공원이 있고, 주변에는 예술가의 집(구 서울대 본관)과 김수근이 설계한 아르코미술관과 공연장이 있다.

마로니에 공원 건너편 언덕에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창경궁의 후원인 함춘원이 위치했지만, 1900년 함춘원 동북쪽에 영희전이 들어섰고 함춘원 정상에는 대한의원(1908)이 들어선 후 총독부의원을 거쳐 경성제대 병원과 의과대학이 자리잡았다.?병원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모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함춘원 이후의 변화를 선도했던 대한의원은 처음 모습으로 남아있고, 의과대학 역시 옛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본관 전경. 안창모 제공
서울대 의과대학 본관 전경. 안창모 제공

흥미로운 것은 의과대학이다. 본관뿐 아니라 정문 그리고 경비실까지 한 세트로 옛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오래된 것들이 역사도시에서 전체의 질서와 무관하게 드문드문 남아있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서울대 의과대학처럼 정문과 경비실 그리고 의과대학 본관이 하나의 세트로 완벽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80여 년이 넘게 원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공간과 건축이 아직까지 등록문화재나 시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채, 병원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존재한다는 점 역시 놀라운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자가 지적하기 전까지 이곳이 근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듯하다.

서울대 의과대학 정문. 안창모 제공
서울대 의과대학 정문. 안창모 제공
서울대 의과대학 경비실. 안창모 제공
서울대 의과대학 경비실. 안창모 제공

어찌 보면 의식하지 못하지만 근대문화유산과 함께하는 자연스러운 삶의 환경이 문화재 지정보다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영희전 이전 이후 동숭동은 1916년 경성공업전문학교와 경성의학전문학교 등이 입지하면서 관학의 거리로 바뀌었다. 동숭동은 지난 100여년에 걸쳐 관학의 거리에서 젊은이의 문화지구로 크게 바뀌었지만 곡선의 야트막한 담장 속 정문과 경비실은 의대본관과 함께 원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담장의 황갈색의 줄무늬타일이 흰색타일로 바뀌었을 뿐이다. 역사는 장소 그리고 건축물을 통해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

안창모 경기대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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