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힘이 좋다거나 딸린다는 이야기를 할 때 꼭 등장하는 게 마력과 토크입니다.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웬만한 사람들 귀엔 꽤 익숙해진 용어입니다.
토크는 바퀴축을 돌리는 힘을, 마력은 사람의 폐활량처럼 지속적으로 주행을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표현할 때 씁니다. 토크가 높으면 순발력이 좋고, 마력이 높으면 고속주행이 뛰어납니다. 고성능차처럼 둘 다 높다면 당연히 금상첨화입니다.
마력은 말 한 마리가 단위시간에 하는 일의 양(일률)인데, 증기기관을 완성한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의 성능을 나타내기 위해 고안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처럼 ‘미터법’을 쓰는 나라와 ‘야드파운드법’을 채택한 나라에서는 같은 1마력이라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질량 단위로 파운드(lb), 길이 단위로 피트(ft)를 사용하는 영국에서는 1초간 550lb인 물체를 1ft 움직이면 1마력(HP)입니다. 이를 국제 일률 단위 와트(W)로 바꾸면 약 745.7W죠.
미터법으로는 1초간 75㎏을 1m 움직이면 1마력(PS)이 됩니다. PS는 독일어로 마력(Pferdestarke)을 뜻합니다. 1PS를 와트로 환산하면 735.5W라 HP에 비해 10.2W가 적습니다. 그래서 PS를 HP로 변환하려면 1.013를 곱해줘야 합니다.
마력의 단위 HP는 주로 영국과 미국에서 사용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PS를 씁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독일 업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국내에 ‘더 뉴 E클래스’ 디젤 모델을 출시하며 최고 출력을 194마력(HP)으로 표기했습니다. 반대로 미국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은 최상위 세단 ‘CT6’를 들여오며 최고출력을 340마력(PS)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국제 단위 W를 나란히 적기도 합니다. W로 환산하면 출력 비교가 보다 명확하니까요. 르노삼성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의 최고출력을 90마력(PS)으로 표기하지만, ‘캡처’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유럽에서는 마력과 함께 66㎾를 같이 써주는 식이죠. 일본도 PS와 ㎾를 같이 표기하는 추세입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디는 HP, 어디는 PS라고 쓰니 헷갈릴 수 있겠지만 둘 다 마력을 나타낸다는 정도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일상 주행에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둘의 차이가 크지 않으니까요.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자료 협조: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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