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몬은 구마모토 지진 피해 복구의 상징입니다. 지금은 유치원, 보육원이나 복지시설 위주로 주민들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 반경을 더 넓혀갈 겁니다.”
지난 4월 진도 7의 대지진이 사흘 새 두 차례나 발생한 일본 남부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 현의 가바시마 이쿠오(蒲島郁夫ㆍ69) 지사는 1일 구마모토 현 청사에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구마몬은 우리 현의 ‘넘버3’ 영업부장이자 행복부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캐릭터 왕국답게 일본은 지역마다 대표 마스코트를 갖고 있다. 구마모토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2010년 3월 탄생한 곰인형 구마몬은 그 귀여운 외모 때문에 일본 밖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구마모토 지진 때 SNS 등을 통해 해외에서 구마몬의 안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구마몬 관련 매출이 1,000억엔(약 1조원)을 넘었다”는 가바시마 지사는 지진 직후에 구마몬의 활동을 최대한 자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마몬 어디 갔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나와 “피난소를 중심으로 활동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올해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한 가바시마 지사는 “이번 지진은 규슈에서 400년 만에 일어난 대지진”이었지만 내륙이라 쓰나미 위험이 없었고 첫 지진 직후 가스 공급을 차단, 화재를 막아 사망자(95명)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축물 피해는 심각해 진앙인 마시키마치(益城町)의 경우 주택의 98%가 크고 작은 피해를 보는 등 구마모토현 전체 주택 피해가 16만 채를 넘었다.
가바시마 지사는 “구마모토 현민 중 다수가 피난 물자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에서 식료품과 물을 대량으로 지원했고 무엇보다 중앙 정부에서 지진 발생 한 달 만에 7,000억엔의 예비비를 활용해 돈과 물자를 아낌없이 지원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룹 보조금을 조성해 농지 복원과 주택 재건축을 추가로 돕는다”고 말했다, 격감했던 관광객도 “7~9월 최대 70%의 숙박 요금 할인 제도 등에 힘입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며 “이후 할인 폭은 50%로 줄지만 이어 10~12월 2차로 숙박 요금 할인 캠페인을 한다”고 설명했다.
가바시마 지사는 구마모토 주민들은 지진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대신 “세 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평소 부족함 없이 쓰던 전기나 물, 가스가 중요한 생필품이라는 것을 알았고, 다 같이 지진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일체감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많은 지원과 격려를 받으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는 “규슈에서는 향후 100~400년 사이 이번 같은 지진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들 하는데 복구 과정에서 그에 대비한 태세를 갖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구마모토가 얻은 교훈을 기록으로 남기고 주민이나 일본 국민은 물론 세계에도 공개해 공통의 경험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구마모토=김범수 기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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