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장, 정기국회 개회사서 禹 사태 등 현안 이례적 비판하자
與 “폭거” 의사 일정 전면 보이콧,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의원 80명 의장실로…일부 몸싸움
대선 앞두고 기선 잡기… 정국 급랭
20대 정기국회가 1일 개회 첫날부터 올스톱 되며 정국이 급랭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문제 삼아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한 뒤,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보이콧)했다. 여당 의원 80여명이 이날 밤 의장실로 몰려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경호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여소야대 국회의 첫 장면부터 정치권이 강(强) 대 강(强)으로 정면 충돌하면서 정기국회 내내 험로가 예상된다. ▶[전문]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
이날 국회 파행으로 협치의 한 장면인 의원 300명의 단체 사진 촬영도 없던 일이 됐다. 추가경정예산안과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 20여건의 안건 처리도 무산됐다. 정기국회 개회식의 파행은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한 2009년 9월 이후 7년 만이다.
여야는 이날 오전 11조원대 추경안을 지각 타결한 뒤 오후 2시 본회의에서 가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민감한 ‘우병우ㆍ사드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를 비난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폭거’라며 집단 퇴장한 뒤,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이후 두 차례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여당은 정 의장의 사퇴 결의안을 채택하고, 사회권 이양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고위 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 한다”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요구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에 대해서도 대국민 소통 부재로 국론을 분열시켰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 의장의 발언은 평소 소신을 언급한 것이지만, 무소속인 역대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정파성이 없는 문제를 거론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정 의장은 “정파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뜻을 말한 것”이라며 사과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역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한 것”이라거나 “최고의 개회사”라고 정 의장을 지원 사격하며, 여당에게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국회의장실은 밤 9시 “여당이 요구하는 사과 문제는 별개로 하고, 추경안 처리와 대법관 임명 등 민생을 위해 본회의 참석을 간곡히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발표, 투 트랙 해법을 제시했지만 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밤 10시 정 의장과 면담에 나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부의장에게 의사봉을 넘겨 본회의를 진행할 것을 ‘역 제안’ 했지만 정 의장 역시 거부했다. 이에 격분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의장실로 몰려가면서 고성이 오가고 집기를 집어 던져, 의장실은 한때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일부 의원이 의장실 경호원의 멱살을 잡는 장면까지 목격됐다. 80여명으로 늘어난 여당 의원들은 자정을 넘겨서까지 정 의장을 향해 항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2일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의장실을 빠져 나온 뒤 아침 10시 의총을 다시 열기로 하고 해산했다. 이에 야권은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에 대한 사실상 감금이라며 반발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정기국회 초판부터 파행으로 치닫는 것은 대선 전초전의 기선잡기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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