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분쟁 극심했던 2곳
정ㆍ재계 로비 조건 체결 의혹
민유성(62)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회사가 오너 가족 간의 분쟁이 극심했던 대기업 2군데로부터 거액의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ㆍ재계 로비를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도 해당 기업의 계약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민 전 회장이 산업은행장 임기를 마친 후 설립한 나무코프는 2012~2013년 K그룹 및 D그룹과 각각 5억원, 2억원 대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통상적인 컨설팅 계약으로 보기에는 금액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두 기업이 굳이 나무코프와 사업을 진행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K그룹과 D그룹은 나무코프와 계약을 맺을 당시 오너 가(家) 분쟁이 만성화된 상황이었다. K그룹 회장의 경우 2009년부터 7년간 다른 형제와 부친으로부터 물려 받은 회사의 경영권 다툼을 진행하며 법정 공방도 벌였다. 특히 민 전 회장과 함께 각종 불법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보대행업체 뉴스커뮤니케이션의 박수환(58) 대표가 K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상대 기업으로부터 2008~2011년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압박과 관련, 수십억원대 홍보계약을 따낸 것도 공교롭다. D그룹 역시 창업주로부터 계열사를 각각 물려 받은 세 아들이 주식 매각 가격 문제로 갈등을 빚기 시작해 D그룹 상호 사용을 놓고 소송전을 이어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민 전 회장이 자신의 정ㆍ재계 인맥을 동원해 유리한 로비를 해 주는 조건으로 K그룹과 D그룹에 과도한 금액을 요구해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무코프는 롯데그룹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최근까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에 서서 업무를 진행하고 막대한 자문료를 받았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도 컨설팅 계약에 민 전 회장이 개입한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으며 박 대표의 연루 여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민 전 회장의 활동과 관련된 의혹 전반을 살펴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박 대표나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과 관련된 단서들을 우선적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민 전 회장은 이날 롯데 경영권 분쟁 관련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자리에서 남상태(66)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로비, 박 대표ㆍ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등과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해 “이야기 할 게 없다” “(송 전 주필 등과) 모임 자체가 없었다”며 전면 부인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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