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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차 래퍼 미료, 다시 품은 '랩스타'의 꿈

입력
2016.08.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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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힙합이 국내에 상륙한 지 20여 년 만에 주류 음악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 과정에서 쌓아온 노력과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MC(래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자이언티, 지코를 사랑하지만 주석, 피타입을 모르는 새내기 힙합팬을 위해 준비했다. 여기, 새로운 라임(운율)과 플로우(흐름)를 개발하며 힙합의 발전을 끌어간 MC들을 소개한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3'에 출연 중인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미료. Mnet 방송화면 캡처
Mnet '언프리티 랩스타3'에 출연 중인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미료. Mnet 방송화면 캡처

"주변 지인들이 '잘해봐야 본전'이라며 걱정하더라고요"

Mnet '언프리티 랩스타 3'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본명 조미혜)는 이렇게 말했다. 데뷔 17년 차, 흔치 않은 1세대 여성MC다. 참가자보단 심사위원이 어울릴 법한 커리어이기에 한 번의 실수가 몇 배의 부담이 될 상황이다. 하지만 과거 Mnet '쇼미더머니 1' 출연 당시의 기억이 그의 승부욕을 끌어냈다. 당시 가사 실수로 생긴 '거품'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

지난 26일 방영된 '언프리티 랩스타 3'에서 미료는 '쇼미더머니 5' 남성 래퍼들과 대결을 펼쳐 3위를 기록했다. 걸그룹 활동 때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며 새로운 평가를 받는 중이다. 사실 미료의 반전 매력은 따로 있다.

1. 영재 래퍼? 모범생이 힙합퍼로

질풍노도 힙합 반항아는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 영재반에서 외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한 모범생이었다. 평범한 소녀였던 미료가 힙합의 길로 빠지게 된 건 인터넷 때문이었다. 전라남도 순천에 살았던 그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즐겨 하며 대도시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PC통신 하이텔을 통해 흑인 음악 동호회인 블렉스 활동을 하게 되면서 동경은 꿈으로 변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자 "음악을 하고 싶다"며 부모님에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부모님의 설득에 대학교 졸업장을 따기로 하고 수능을 치러 또래보다 1년 일찍 중앙대 광고홍보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입학 후에도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미료는 대학 내 힙합 동아리에 가입해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이어갔다.

이름을 알리게 된 건 2000년 힙합그룹 허니패밀리 2집에 객원 래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짧은 활동을 마친 후 멤버 제아의 제안으로 브라운아이드걸스에 영입돼 2006년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얼굴 없는 가수'를 지향했던 브라운아이드걸스는 2집의 실패 등으로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2009년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로 음악 색깔을 바꾸면서 흥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꾸준히 섹시한 컨셉의 앨범을 발매했다.

미료는 2012년부터 몇 차례 솔로 앨범을 발매해 힙합 가수로 독자적인 무대를 가졌다. 그러나 래핑 자체에 힘을 싣기보다 대중성에 집중한 모습 때문에 장르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직접 작곡 작사한 '퀸'(Queen)으로 여성미를 강조한 음악을 선보였다.

브라운아이드걸스 3집 타이틀곡 '아브라카다브라'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브라운아이드걸스 3집 타이틀곡 '아브라카다브라'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2. 특출난 랩 메이킹…'언프리티 랩스타' 우승은?

미료는 뛰어난 작사가이기도 하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정규 2집 때부터 꾸준히 앨범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지난해 발매한 정규 6집 '베이직'(basic)에서는 무려 10곡 전체의 작사에 참여했다. 작사 실력은 '언프리티 랩스타 3'에서도 발휘됐다. 5일 방송분에서 그는 독특한 컨셉의 '잉여의 하루'라는 곡으로 프로듀서인 가수 길에게 "재미있게 들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승자는 육지담이었지만, 방송 이후 온라인 상에서 '잉여의 하루' 음원 발매 요청이 쏟아졌다. 이런 작사 실력은 과거 프리스타일 랩 메이킹을 하던 그의 경험이 양분이 됐다.

그러나 10년간 걸그룹 활동에 치중하면서 힙합가수로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팀 포지션의 특성상 역량을 드러낼 기회가 적었던 것. 솔로 힙합 앨범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랩 기술이 뛰어나고 퍼포먼스도 노련하지만, 2000년대 활동 당시와 비교해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복합적인 평가 속에 미료는 MC로 다시 심판대에 섰다. '언프리티 랩스타 3' 출연이 힙합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듯하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 솔로앨범 'Dirty'

● 솔로앨범 'Queen'

● 언프리티 랩스타 '잉여의 하루'

● 쇼미더머니 '아브라카다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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