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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도 못해 도우미 부르는 ‘어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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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도 못해 도우미 부르는 ‘어른 아이들’

입력
2016.08.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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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ㆍ취준생 중심 수요 급증

스펙 쌓기 몰두 기본 생활 소홀

‘헬리콥터 맘’ 세대 과보호 성장

독립해도 집안 일도 남의 손에

여동생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투룸에 살고 있는 취업준비생 권모(28ㆍ여)씨는 최근 청소도우미 업체에 청소와 빨래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튿날 찾아온 도우미는 4시간 동안 방부터 화장실, 잔뜩 쌓여있는 주방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집 내부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말끔히 변해 있었고, 권씨는 4만원을 지불했다. 권씨는 29일 “나와 동생이 각각 하반기 기업공채와 연말에 있을 중등교원 임용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집까지 더러우니 집중력이 더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방을 치울 시간에 공부에 몰입할 수 있고 비용도 둘이 반반씩 부담해 합리적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강과 취업 시즌을 앞두고 청소 도우미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업체에는 ‘원룸 자취방도 가능하냐’ ‘기본보다 짧은 코스는 없느냐’ 같은 문의가 이어지고 취업ㆍ자격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업체 추천을 부탁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 청소 도우미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이사를 하는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였다. 집안 정리정돈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적지 않게 들어 가사노동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전문업체에 맡기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입이 거의 없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33㎡(10평)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 최모(24)씨도 청소 도우미 예찬론자다. 그는 대학 입학 전까지 방 청소를 직접 한 적이 없다. 군대에서 정리라는 걸 처음 해봤지만 그 때뿐이었다. 복학 이후 학업과 인턴, 학원 수강 등 바쁜 생활에 치이면서 방은 늘 폭탄을 맞은 것처럼 어수선했다. 정리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그는 올해 4월 청소 도우미 업체의 문을 두드렸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도우미는 빨래는 물론 서랍장에 들어있는 속옷까지 개어놓고 돌아갔다. 최씨는 “‘무슨 돈 낭비냐’고 질책하던 부모님도 말끔히 치워진 방을 보고 ‘먼지를 먹고 지내는 것보다 낫다’며 흡족해 하셨다”며 “지난달에도 청소 도우미를 불렀는데 앞으로 정기적으로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소 도우미 업체는 통상 기본 4시간에 4만~5만원을 받는다. 청소 면적과 시간에 비례해 비용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방과 부엌, 화장실 외에 냉장고나 베란다 청소도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이라 젊은이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서울 권역을 관장하는 A청소 도우미 업체 관계자는 “개강이 다가오면서 자취방 청소 문의가 하루에 서너 건은 들어온다”며 “작년 만해도 싱글족 고객은 직장인이 많았는데 대학가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서울에 자녀를 홀로 유학 보낸 지방의 학부모들이 서비스를 꾸준히 찾는 것도 인기몰이 요인이다. B업체의 경우 소규모 청소 문의가 늘면서 2시간 코스를 만들기도 했다.

성인이 돼서도 방 정리 하나 손수 해결하지 못하고 남의 손에 맡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성과 만능주의’가 부른 병폐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독립을 해도 성공을 위한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탓에 기본적인 생활태도ㆍ자세의 가치를 소홀히 하게 됐다는 얘기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대입이라는 지상과제 앞에 집안 일을 타인의 몫으로 여기기 쉽고 진학 뒤에는 다시 취업이 입시를 대체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작은 일의 소중함을 체득하지 못하면 경제능력이 생겨도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깨닫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 도우미의 성업 배경을 부모의 과보호 아래 성장한 이른바 ‘헬리콥터 맘’ 세대의 의존적 특성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가 반드시 고된 노동이어서 도우미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공간은 내가 치운다’는 상식적인 논리가 익숙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라며 “‘공부만 잘하면 다 된다’는 부모의 맹목적 격려 속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스스로 주변을 돌볼 수 없는 ‘어른 아이’가 돼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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