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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잎갈나무

입력
2016.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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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일대에는 광대한 원시림 지대가 있다.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잎갈나무, 홍송 등이 말 그대로 수해(樹海)를 이룬다. 가끔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접하는 백두산 원시림의 모습은 가슴 설레게 하는 장관이다. 그 안에서는 사슴 곰 호랑이 등 온갖 야생동물이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중국으로 목재 수출을 위해 남벌을 하는 바람에 아까운 원시림이 급속도로 줄고 야생동물도 사라지고 있다. 특히 곧게 자라는 가문비나무와 잎갈나무 수출 수요가 많아 이 나무들이 집중적으로 벌목되고 있다고 한다.

▦ 백두산과 만주 일대에 널리 분포한 잎갈나무는 이깔나무라고 부르는데 왠지 친숙하고 민족적 향수마저 불러일으킨다. 은연중 백두산과 만주지역을 민족의 근거지로 여기는 무의식의 탓일 수도 있겠다. 잎갈나무라는 이름은 침엽수인데도 가을에 낙엽이 져 잎을 간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잎갈이 발음 편하게 이깔이 되었다. 낙엽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식물분류학상으로 백두산 일대에는 만주 잎갈나무가 주로 자라고, 한반도 중부이북 고산지대에는 토종 잎갈나무가 서식하는데 개체수는 그리 많지 않다.

▦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잎갈나무는 일본 북부지역 원산인 일본잎갈나무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비교적 기온이 높은 지역에도 생육이 잘돼 일제 강점기 때부터 조림용으로 들여와 많이 심었다고 한다. 밑둥 둘레 1m, 키 30m까지 자라는 거목이어서 1960~70년대 사방과 녹화사업 때도 각광을 받았다. 봄철 연한 연두색 신록이 상큼하고, 활엽수 단풍이 다 진 늦가을 순금색으로 곱게 물드는 단풍 자태도 아름답다. 역시 외래종으로 상록인 히말라야시다는 개잎갈나무라고 불린다.

▦ 태백산국립공원 측이 50만 그루나 되는 공원 내 일본잎갈나무를 모두 베어 내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민족 영산인 태백산 일대에 일본 특산 나무가 대량으로 자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벌목 후 토종 수종으로 바꿔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원 내 수종의 11.7%를 차지하고 직경 1m가까이 자란 거목을 한꺼번에 베어 낸다는 건 또 다른 생태계 파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외래종이라도 우리땅에 잘 정착하면 우리나무다. 이곳저곳서 시도 때도 없이 고개를 드는 순혈주의, 우리것주의가 영 불편하다. 포용과 열린 마음이 절실한 시대에 정작 베어낼 것은 바로 저런 옹졸한 순혈주의가 아닐까.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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