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문재인 지도체제 들어서면 조직화된 당 지원 받을 수 있어
대선주자 입지 견고해질 듯
특정계파 대표 정치인 낙인에 지지세 확장 걸림돌 될 수도
김종인 “친문 뭉친다고 대권 잡나”
대권레이스 안정성 높아지지만, 계파 지도자 이미지 역공 우려는 더 커져
“설득된 사람하고만 간다” 야권 표 확장성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김종인 “親文 뭉친다고 대통령될까” 돌직구 던지기도
문재인 전 대표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진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체제가 문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친문(親文) 지도체제가 안착하면 문 전 대표로선 대권 레이스의 안정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친문당’ 이미지로 인해 득(得)보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더민주의 당권이 친문 지도체제로 꾸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4ㆍ13 총선 전 구 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 세력 및 비주류 의원들이 친문 중심의 당 운영에 불만을 품고 국민의당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민의당으로 옮기면서, 같은 성향의 대의원과 당원들도 대거 당적을 버렸다. 이후 주류와 비주류 간 당내 경쟁은 사실상 종료됐다. 자연히 8ㆍ27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 주자들이 당내 가장 큰 세력인 친문의 지지를 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지역위원장들은 ‘친문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친문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문 전 대표로선 조직화된 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 전 대표는2012년 대선에서 당내 계파 갈등에다 안철수 당시 후보와의 단일화 논란 등으로 당 조직 일부가 이탈한 상태에서 선거 운동을 치러야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25일 “친문 체제가 문 전 대표의 대선주자 입지를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고 예상했다.
반면 친문 체제가 문 전 대표를 특정 계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낙인 찍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전체 여권과 야권의 대결 구도로 흐르는 대선 특성상, 야권 내 후보 단일화 논의 국면에선 특정 계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역공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논리다. 야권의 한 다선 의원은 “대선이 다가오면 다른 비주류 후보들이 지지세가 큰 문 전 대표에 맞서는 연합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첫 공격 포인트는 계파정치의 폐쇄성이 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이는 문 전 대표의 지지세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이인제 후보와의 치열한 당내 대선 경선 과정을 통해 전국적 지지를 획득했다. 이에 반해 문 전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대선 경선에 나서면 전국적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박원순 서울시장ㆍ안희정 충남지사 등 다른 주자들이 ‘당연히 패배할’ 경선에 아예 나서지조차 않는다면 그야말로 김 빠진 레이스가 될 수밖에 없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는 "대선은 정치 지도자들이 경쟁구도를 통해 지지자들의 열정을 모아 폭발시키는 구조"라며 "'설득된 사람하고만 선거를 치른다'는 친문 세력의 발상은 결국 당내 경쟁의 소멸로 이어져 지지세 확장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문 체제에 대한 우려는 당내에서도 제기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도, 이쪽의 친문도 15% 정도의 확고한 지지기반은 있지만, 그것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대한민국 유권자가 4,000만명 가까이 되는데 친문으로 그렇게 똘똘 뭉치는 힘만 가지고 과연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상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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