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ㆍ관리직 대졸 남성만 뽑고
여직원 결혼에 집단 따돌림 사주
“인권위 권고 수용, 개선 검토 중”
게티이미지뱅크

대구의 토착 주류업체인 금복주가 창사 이후 60년간 결혼하는 여직원에게 자발적 퇴사를 강요하고 핵심 직군에 여성을 채용하지 않는 등 성차별 관행을 지속해 온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11년 금복주 홍보팀 디자이너로 입사한 A씨는 지난해 여직원 중 최초로 주임으로 승진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같은 해 10월 결혼 소식을 동료들에게 알리면서 퇴사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부사장은 당시 A씨에게 “우리 회사는 결혼하고 근무한 선례가 없다”며 관행을 지키라고 종용했다. 기획팀장은 “여자는 결혼해서 애 낳는 순간 화장실 가서 눈물을 짜고 유축하고 앉아있다”는 모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갖은 압박에도 A씨가 퇴사를 거부하자 사측은 업무, 회의에서 A씨를 배제하고 동료끼리 대화도 금지하는 등 집단 따돌림을 사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디자이너인 A씨를 판촉팀으로 발령내기도 했다. 부당한 대우에 지친 A씨는 결국 올해 1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동시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회사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지역 시민사회단계 관계자들이 3월16일 금복주 본사 앞에서 금복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여성회 제공

24일 인권위 조사 결과 금복주의 구시대적 성차별 관행은 다양하고 뿌리 깊었다. 금복주는 1957년 창립 이래 ‘결혼=퇴사’의 공식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채용과정에서도 남녀 차별은 심각했다. 핵심 직군인 170명의 영업직과 관리직은 대졸이상 남성으로만 채웠고, 여성은 A씨가 유일했다. 또 ‘결혼 퇴사’ 대상인 여성 직원들은 입사 때부터 남성 직원에 비해 낮은 직급을 부여하고 주임 이상으로도 승진시키지 않았다.

같은 직급이라도 남성은 군복무 기간을 반영해줘 여성은 남성보다 2년 더 일해야 승진할 수 있었다. 경조휴가 역시 친정 쪽 휴가는 주지 않아 ‘남존여비’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경주법주와 금복개발, 지주사인 금복홀딩스 등 관련 회사들마저 똑같은 관행을 되풀이했다.

대구고용청도 이런 광범위한 차별 사례를 밝혀낸 뒤 지난 4월 금복주 박홍구 대표와 김동구 회장을 남녀고용평등법 및 근로기준법 등 위반 혐의로 대구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금복주는 현재 인권위와 대구고용청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고 노사발전재단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있다. 재단은 산전 후 휴가, 육아휴직 등이 사내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점, 일가정 양립이나 양성평등 의식도 전사 차원에서 공유되지 않은 점 등을 파악하고 사측에 요구할 개선 사항을 검토 중이다. 사측은 관리자들을 상대로 양성평등 교육을 하라는 재단 지적에는 원론적으로 동의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직원 채용 및 승진 프로세스 마련 등 구체적인 대안 수립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뿌리 깊은 성차별 관행이 해소될지 미지수다.

금복주. 뉴시스

인권위 관계자는 “결혼 퇴사는 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 모든 기업에서 금지돼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금복주에 인사운영 전반을 개선하고 성평등에 기초한 인사기준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