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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의 메시, 대표팀 은퇴 대신 “4년 뒤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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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의 메시, 대표팀 은퇴 대신 “4년 뒤 한번 더”

입력
2016.08.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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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퀸 김연경 올림픽 메달의 꿈

“이번 대회는 최선 다한 것에 만족”

김연경이 16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체육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여자배구 8강전에서 수비에 실패한 뒤 코트 바닥에 엎드려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이 16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체육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여자배구 8강전에서 수비에 실패한 뒤 코트 바닥에 엎드려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1년 5월, 세계 최고의 여자 프로배구 리그인 터키 페네르바체 입단을 확정한 직후 김연경(28)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서슴없이 “세계 최고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 1위라는 말은 들었지만 세계 1위라는 말은 못 들어 봤다. 이제는 여자배구의 리오넬 메시(29ㆍ바르셀로나)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고 당당히 외쳤다.

5년이 지난 지금 김연경은 ‘여자배구의 메시’로 불린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메시는 프로에서 수십 개의 우승타이틀을 품에 안았지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지난 6월 코파아메리카컵 결승에서 칠레에 패해 또다시 준우승에 그친 뒤 통한의 눈물을 그라운드에 뿌려야 했다. 당시 메시가 우는 모습은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연경도 메시처럼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체육관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김연경이 27점으로 분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0년 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도 수포로 돌아갔다. 4년 전 런던올림픽 3ㆍ4위전에서 일본에 진 뒤 펑펑 울었던 김연경은 이날은 코트에서 눈물을 쏟지 않았다. 하지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와 “오로지 대표팀만 생각하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한국을 꺾은 네덜란드 지오반니 구이데티(44) 감독은 김연경과 인연이 깊다. 그는 2014년 여자배구 그랑프리에서 독일 사령탑으로 한국과 맞붙어 1-3으로 진 뒤 25점을 올린 김연경을 향해 “축구로 치면 메시 이상이다”고 극찬했다. 이어 지난 5월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또다시 한국에 0-3으로 무릎 꿇은 뒤 “김연경은 정말 특별하다”고 또 엄지를 들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올림픽 맞대결에서 김연경은 고개를 숙였고 네덜란드는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국제배구연맹(FIVB) 홈페이지는 “한국은 김연경 밖에 없었다”고 소식을 전했다.

김연경이 17일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김연경은 이날 혼자서 27점을 올렸다.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이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이 17일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배구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김연경은 이날 혼자서 27점을 올렸다. 양팀 통틀어 최다득점이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많은 사람들은 김연경을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알지만 그를 더욱 위대하게 만든 건 수비력이다. 선수들은 서브를 넣을 때 상대 주포 공격수를 집중 공략한다. 대다수 공격수들이 리시브에 약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경에겐 이런 작전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정확한 리시브는 물론 때로는 수비 전문인 리베로 못지않은 디그(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것)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FIVB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경은 100점으로 득점 2위(8월 17일 기준)에 올라있다. 뿐만 아니라 디그 7위, 리시브 11위, 블로킹 18위 등 공격과 수비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경은 192cm의 장신이지만 학창시절 키가 작아(초등 4학년 때 148cm) 주로 세터를 봤다. 중학교 때는 초등학교 때보다 10cm 이상 자랐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작아 세터와 레프트, 라이트 등을 두루 소화했다. 그러나 한일전산여고에 진학하면서부터 쑥쑥 크며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탄탄한 기본기는 센터 빼고 모든 포지션에서 활약했던 초중고 시절 닦아졌다.

김연경이 네덜란드와의 경기가 끝난 뒤 쓸쓸한 뒷모습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리우=연합뉴스
김연경이 네덜란드와의 경기가 끝난 뒤 쓸쓸한 뒷모습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리우=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김연경의 각오는 대단했다. 터키에서 시즌을 마치고 5월 2일에 귀국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대표팀에 합류해 세계 예선전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데 큰 몫을 했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리우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농담처럼 “좀 쉬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메달을 따고 제대로 푹 쉬겠다”고 각오를 다졌는데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연경은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4년 뒤에 다시 도전하겠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약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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