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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학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곳

입력
2016.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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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진료비 무료, 대학까지 교육비도 무료, 대학생이 되면 매달 생활비 120만원을 지급하고, 실직자에게 2년 동안 연봉의 90%를 주는 나라. 행복지수 세계 1위 덴마크는 가장 이상적인 복지국가 모델로 알려져 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잃어버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이곳은 정말 이상적인 세계에 가까운 나라일까?

안전조끼를 입고 소풍을 가는 코펜하겐의 아이들
안전조끼를 입고 소풍을 가는 코펜하겐의 아이들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덴마크에 사는 싱글대디 토마스, 그의 예쁜 딸 로라와 페이스북으로 친분을 맺었다. 그에게 카우치서핑(Couch Surfing, 현지인의 집에서 무료 숙박하고 가이드까지 받는 비영리 여행자 커뮤니티 시스템)을 신청하고 하루 빨리 만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코펜하겐 북부 링비(Lyngby)역에서 토마스를 만나 그의 딸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토마스 가족과 즐거운 식사
토마스 가족과 즐거운 식사

토마스의 딸 로라의 방에는 책이 별로 없다. 내가 방문한 기념으로 로라가 수줍어하며 팝송 3곡을 연달아 불러준다.

김뻡 : "방안에 책이 별로 없네. 방학인데 로라는 학원에 안 가?"

토마스 : "지금은 방학이라 일주일에 한 번 학원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배우는 중이야. 공부를 잘하는 건 여러 가지 능력 중 하나일 뿐이야. 덴마크에서 학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지. 앞으로 뭘 해야 행복한지,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인지를 배우는 곳이야"

김뻡 : "그럼 로라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없어?"

토마스 : "나는 그냥 로라가 하고 싶은걸 마음껏 했으면 좋겠어. 행복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감사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해. 부모가 원하는 길로 간다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잖아."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동물 키우기, 요리하기 등을 가르친다. 살면서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는 중학교 과정을 포함해 9학년인데 7학년까지는 점수를 매기는 시험도 없단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학교는 아이들이 자존감을 지닌 채 즐겁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고등학교 진학 전 대다수 학생이 ‘애프터스쿨(After School)'에 간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살 것인지 1년 동안 고민하며 인생 계획을 점검한다. 시험 잘 보는 것을 중요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는 외면하는 한국 사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덴마크의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옮겨졌다.

김뻡 : “덴마크의 복지는 왜 특별한 걸까?”

토마스 : “사실 북유럽식 복지란 게 별거 아닌데. 국가와 시민이 서로 정치 부패 청산,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노동문화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했기 때문 않을까.”

토마스는 입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전 여자친구가 입양아 출신이었어. 너랑 같은 한국인이야. 지금 그 친구는 또 다시 한국인 아이를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지."

토마스는 성인이 된 한국 입양인이 덴마크에만 대략 1만 명은 될 거라고 했다. 우리가 돌봐야 할 아이들을 이국의 땅에 내버렸다는 미안함이 느껴졌다. 입양된 한국인이 또 다시 한국인을 입양하는 그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

덴마크식 휴식, 휘게.
덴마크식 휴식, 휘게.
코펜하겐 시내 풍경
코펜하겐 시내 풍경

그리고 화재는 장애인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토마스 :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처우가 각별해. 국가가 장애인에 대한 진료를 책임질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 대한 복지 서비스도 제공해. 그들이 주말마다 쉴 수 있도록 간병인을 보조해주기도 하지.”

세계에서 가장 큰 장난감 제조업체인 덴마크의 레고가 최근에 드디어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을 피규어로 만들었다고 한다. 장애인을 늘 배려하려고 염두에 두는 그들의 의식수준이 대단하다. 한국의 GDP 대비 장애인 복지지출 비중은 덴마크(4.71%), 스웨덴(4.28%), 핀란드(3.95%) 등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1.02%)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김뻡 : "휘게(hygge)가 뭐야?"

토마스 : "뭐라고? 아 후게~. 이게 바로 휘게야. 지금 너랑 공원에서 맥주 한잔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게 바로 휘게야. 우리는 양초를 좋아해. 저녁에 촛불을 밝히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거지"

휘게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이다. ‘사람들과 즐긴다’는 뜻을 가진 단어 ‘휘게’는 덴마크인들에게 굉장히 소중한 단어다. 이게 우리가 꿈꾸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걸까.

슈퍼마켓에는 종업원이 별로 없다. 손님들 각자가 빵을 담는다. 지하철에서는 검표가 거의 없고 자전거도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집의 창문도 활짝 열어놓는다.

덴마크만의 유별난 풍경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그만큼 가족과 친구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까지도 우선 믿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덴마크인들은 이러한 믿음이 본인들의 삶과 행복 수준을 크게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러스트’라는 책에서 신뢰가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시킨다고 주장한다. 덴마크의 복지시스템이 특별한 것은 이런 신뢰관계가 바탕이지 않을까.

[배움 14] 행복은 서로를 믿는 것이다

코펜하겐은 자전거 천국
코펜하겐은 자전거 천국
지하철의 자전거 탑승 표시
지하철의 자전거 탑승 표시

덴마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직업과 나이를 불문하고 거의 종교 수준으로 당연한 일이다. 직장인의 35% 이상이 자전거를 이용해 서울에서 늘 경험하던 교통체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평균 출퇴근 시간도 15분 전후라고 한다. 실제로 토마스와 전기자전거를 타고 코펜하겐 곳곳을 누볐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자전거 인프라가 정말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또 덴마크는 환경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종이, 깡통, 병, 유기농식품 등의 다양한 재활용 수거 통이 있다. 친환경생활은 덴마크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덴마크는 1971년 세계 최초로 환경부를 설치한 나라이기도 하다. UN 기후변화 성과에서도 가장 친환경적인 국가로 선정되었다. 토마스가 덴마크의 친환경생활을 이야기하며 소개시켜준 몇 곳을 방문해보았는데 도시 곳곳에서 환경보전을 위한 실험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덴마크 정부가 설정한 목표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것과 2050년까지 쓰레기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많은 나라가 환경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고 있을 요즘, 덴마크는 미래를 내다보고 더 큰 목표를 세워 준비하고 있었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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