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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은 치열하게 갈등하며 교감...모노드라마만큼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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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은 치열하게 갈등하며 교감...모노드라마만큼 힘들죠”

입력
2016.08.1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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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단편소설집에 출연하는 배우 전국향(오른쪽)씨와 김소진씨. 두 사람은 2인극의 매력에 대해 “상대방과 여러 감정을 치열하게 부딪치고 교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연극 단편소설집에 출연하는 배우 전국향(오른쪽)씨와 김소진씨. 두 사람은 2인극의 매력에 대해 “상대방과 여러 감정을 치열하게 부딪치고 교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연습 첫 날 리딩 끝나고 피디한테 ‘캐스팅 잘못했다, 배우 다시 찾아라’ 했죠. 뭐 포스터 다 찍어서 뒤집을 순 없었지만.”(전국향)

“선배가 제 전작 보시고 한 첫마디가 ‘너 소리가 왜 그러니?’였어요.”(김소진)

이 배우들 질문 던지기도 전에 엄살부터 만만찮다. ‘대본이 어렵다’ ‘발성이 안 된다’에서 시작해 ‘30년 간 맡아본 배역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이란 너스레까지 나온다. 2인극 ‘단편소설집’(12~21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 출연하는 전국향(53) 김소진(37) 얘기다. 전씨로 말씀드리면 지난해 남편인 신현종 배우와 함께 ‘요셉과 마리아’로 2인극 페스티벌 연기상을 수상한 경력 33년의 ‘연기 달인’, 김씨로 말씀드리면 가끔 영화에도 얼굴을 비치는 주가 높은(특히 남자 배우들에게!) 대학로 ‘연기 여신’되겠으니 말하자면 저 넋두리는 그야말로 엄살되시겠다.

지난 8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고 했다. “작년 선배가 출연한 ‘하나코’, ‘혈맥’을 봤는데 아우라가 너무 좋은 거예요. 이 작품 상대역이 전 선배라서 기대가 컸죠. 대선배들 출연 작품에 팬심으로 같이 참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온전히 상대방에 집중해서 풀어가는 연극은 처음이거든요.” 후배 김소진의 더듬거리는 ‘입에 발린 말’에 멋쩍어하던 전씨가 맞받는다. “그러고 연습 들어가서 실망했잖아?” 전씨가 후배 김씨 연기를 처음 본 건 출연을 확정한 후 올린 연극 ‘크레센도 궁전’에서라고. “제가 김소진이랑 출연한다니까 주위에서 좋은 배우랑 함께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그 배우 보면 힐링이 된다고. 솔직하고 학구적이고 연기 욕심이 있죠.”(전국향)

연극 '단편소설집' 연습 중인 전국향(왼쪽) 김소진. K아트플래닛 제공
연극 '단편소설집' 연습 중인 전국향(왼쪽) 김소진. K아트플래닛 제공

국내 초연하는 ‘단편소설집’은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인 여성 2인극이다. 문예창작과 교수 루스 스타이너는 요즘식으로 말하면 ‘츤데레’(새침하고 퉁명스러운)의 전형인 여자. 성공한 미국 페미니스트 1세대이자 골드미스인 그녀는 자식 대신 재능 있는 제자를 키우며 태생적 무기인 유대인을 밑천 삼아 단편소설을 쓴다. 그의 열혈 팬이자 헌신적인 제자 리사 모리슨이 루스의 인생을 줄거리로 한 장편소설을 쓰면서 두 사람 사이는 금이 간다. 김소진은 “첫 리딩 후 스태프들이 전부 리사를 ‘나쁜 년’이라고 하더라”며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지 나쁜 여자로 그리지 않는 게 제 몫인 거 같아요. 스승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 스승의 삶을 기록하는 사람인 거죠.”

6년에 걸친 돈독한 관계와 팽팽한 갈등은 흡사 저음에서 시작해 단계별로 음을 높이다 종국에 하이C를 내지르는 오페라 아리아를 연상시킨다. 2000년 드라마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극작가 도널드 마굴리스가 쓴 대본은 미국 특유의 상징이 응축된 촘촘한 대사가 일품이지만 배우에게는 제대로 외우기도 힘든 골치덩어리일 터다. “교수잖아요?(웃음) 대사 내용도 어려운데다 갈등이 고조되면 상대방 말을 반쯤 끊고 제 대사를 뱉어야 해서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 외워야 하죠.”(전국향) “모노드라마면 극 흐름을 혼자 만들어 타면 되는데, 2인극은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앙상블을 만드는 거잖아요. 힘은 모노드라마만큼 들죠.”(김소진)

엄살과 한숨에도 두 배우 눈빛에 기대가 깃든다. 전국향은 “루스는 말년에야 리사를 떠나보내며 한 단계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이 공연이 끝날 때쯤 나에게도 그런 깨달음 하나가 주어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연극 단편소설집에 출연하는 배우 전국향(오른쪽)씨와 김소진씨.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연극 단편소설집에 출연하는 배우 전국향(오른쪽)씨와 김소진씨.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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